모두의 마음을 합쳐서 만든 삼성화재의 신바람 3연승 [스토리 발리볼]

입력 2021-11-03 09: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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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러셀-황승빈-황경민-고준용(왼쪽부터). 사진제공|KOVO

삼성화재 러셀-황승빈-황경민-고준용(왼쪽부터). 사진제공|KOVO

모두가 꼴찌후보라고 했다. 지난 시즌 도중 트레이드를 하고도 그 선수가 떠나면 샐러리캡 하한선을 맞출 수 없어 시즌 뒤 보내야 했던 사연도 있다. ‘선수 몸값=실력’인 프로페셔널의 세계에서 가장 저비용 고효율의 선수들이 모여 있는 팀. 마지막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던 2014~2015시즌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구단의 운영주체가 바뀌면서 지갑을 닫아야 했고 이후 팀을 상징하던 유명한 선수들은 하나 둘 떠났다. 2013~2014 챔피언결정전 우승멤버 가운데 유일하게 고준용만이 주장으로 남아 있는 삼성화재 얘기다.

지난 시즌 팀 창단 이후 최하위를 기록했던 삼성화재가 무려 738일 만에 3연승을 거뒀다. 2019~2020시즌 신진식 감독이 지휘하고 박철우, 박상하가 버틴 삼성화재는 2019년 10월 19일부터 26일까지 KB손해보험~대한항공~한국전력을 연달아 눌렀다. 외국인선수 산탄젤로가 제 역할을 못한 가운데 박철우가 하드캐리 했던 때였다.

이번에는 대한항공~KB손해보험~우리카드를 이겼다.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봄 배구에 진출했던 팀들이다. 다른 팀에서 방출된 선수를 모으고 신인지명권까지 넘겨줘가면서 구성한 팀이 만든 가치 있는 결과다. ‘오늘도 내일도 없는 팀’이라는 조롱은 당분간 듣지 않게 됐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고희진 감독은 선수들의 의지와 하나가 된 마음을 꼽았다.

“선수들끼리 하려고 한다. 고준용을 중심으로 모두가 똘똘 뭉쳐서 하는 것이 보인다. 나부터 부족한 감독이고 우리 팀에 국가대표 에이스가 있는 것이 아니지만 부족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잘 하는 팀과 선수를 이겨보자고 했다. 능력에 차이가 나면 개인전은 못 이기겠지만 단체전은 이길 수 있다. 선수들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한다”면서 선수들에게 감사했다.

기술적으로는 외국인선수 러셀의 능력을 극대화시킨 플레이가 눈에 띈다. 3연승 동안 러셀은 27,36,39득점을 기록했다. 공격성공률은 46%,56%,54%, 공격효율은 26%,33%,31%로 점점 좋아졌다. 6개의 블로킹을 성공시켰고 특기인 서브에이스는 무려 11개다. 러셀의 공격점유율이 50%를 넘는 이른바 몰빵 배구를 했지만 결과는 승리였다.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 스포츠동아DB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 스포츠동아DB


고희진 감독은 다른 팀보다 선수들의 이름값이 떨어지는 삼성화재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강한 서브가 해법이라고 봤다. 그래서 서브에 장점이 있는 러셀을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때 선택했고 정성규~신장호~안우재 등의 서브를 강화시켜 시즌을 헤쳐 나가고 있다. 많은 훈련시간을 서브에 투자한 덕분에 3연승 동안 서브에이스가 상대보다 훨씬 많았다. 지난 시즌 세트평균 1.021개(6위)였던 서브에이스는 이번 시즌 1.687개(1위)로 상승했다. 서브가 강해지면서 상대의 공격은 세트플레이가 아닌 오픈공격이 많았고 이를 삼성화재의 블로킹이 잘 차단하면서 블로킹에서도 앞섰다.

신인드래프트 1순위와 맞바꾼 세터 황승빈 효과도 크다. 정확한 패스로 러셀의 공격성공률을 지난 시즌(48%)보다 무려 5% 끌어올렸다. 여기에 황경민을 적절한 타이밍에 파이프공격을 주기 전에 센터 안우재의 속공을 먼저 보여주는 등 센스 넘치는 배분으로 삼성화재를 이전과 다른 팀으로 조금씩 바꾸고 있다.
고희진 감독은 “모두가 잘 해줘서 할 맛이 난다”고 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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