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에이스에게 찾아온 첫 가을, “감독님 믿음 부응하고 싶었다” [고척 리포트]

입력 2021-11-16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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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7회초 교체 등판한 KT 고영표가 역투하고 있다. 고척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팀이 바닥에 머물 때 ‘소년가장’ 역할을 맡았다. 팀 첫 영광의 순간, 군 복무로 인해 함께하지 못했다. 텔레비전으로 응원하며 다진 각오를 현실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고영표(30·KT 위즈)의 포스트시즌(PS) 첫 등판이 남다른 무게감을 갖는 이유다.

KT는 15일 고척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2차전에서 6-1로 승리해 시리즈 2승 우위를 점했다. 선발투수 소형준이 6이닝 무실점으로 빅게임 피처 면모를 뽐낸 가운데,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고영표도 1.2이닝 1실점으로 제몫을 다했다.

고영표는 올해 정규시즌 26경기서 11승6패1홀드, 평균자책점(ERA) 2.92를 기록했다. 2020도쿄올림픽 엔트리에 발탁돼 태극마크를 다는 등 리그 대표 에이스로 군림했다. 주무기 체인지업에 커브 등 좀처럼 타자들이 공략하기 힘든 ‘마구’를 던진다는 평가가 따랐다.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7회초 1사 1루 두산에 병살타를 유도한 KT 고영표가 손뼉을 치고 있다. 고척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포스트시즌(PS)에서 고영표의 역할은 불펜이었다. 정규시즌 활약을 생각해보면 의아함이 따를 수 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의 굳은 신뢰가 만든 결과였다. 이 감독은 “KS 키 플레이어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KS 통계를 내보니 5회를 넘기는 선발투수가 많지 않았다. 결정구와 제구가 되는 투수가 고영표다. 6~8회를 막는 카드로 쓸 것”이라고 밝혔다.

고영표의 PS 데뷔전은 KS 2차전 6-0으로 앞선 7회초 시작됐다. 첫 이닝 1사 후 안타를 하나 맞았지만 병살타 유도에 성공하며 득점권 위기를 맞지 않았다. 두 번째 이닝 8회 2사 후 강승호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1루 관중석을 채운 KT 팬들은 토종 에이스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뒤이어 등판한 조현우가 승계주자에게 득점을 허용하며 고영표의 첫 등판에는 실점이 새겨졌다.

하지만 등판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2014년 2차 1라운드로 KT 유니폼을 입은 고영표는 KT가 1군 진입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149경기서 397이닝을 책임지며 19승29패6홀드, ERA 5.26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다승과 이닝 모두 팀 내 1위였다. 그야말로 ‘소년 가장’이었다. 2018시즌 종료 후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떠났다. 공교롭게도 고영표가 없는 2019년부터 이강철 감독 지휘로 KT의 도약이 시작됐다. 고영표는 지난해 팀의 첫 PS 경기를 보며 진심으로 응원했다. 당시 그는 “내가 없으니 팀이 잘 나간다”면서도 “내가 돌아갔을 때 우리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1년 만에 지켜냈다.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KT 고영표가 7회초 이닝 종료 후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고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고영표는 경기 후 “PS 첫 등판이었는데 긴장도 되면서, 많은 팬들이 오시니 집중도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생각보다 몸 상태가 좋았다. 공에 힘도 있었고 로케이션도 만족스럽다. 불펜으로 나갔는데 상황별로 던져야 하니 감 잡기가 어려웠지만 감독님께서 믿어주시고 무게감 있는 위치를 주셨기에 믿음에 부응하고 싶었다. 부담감을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끝으로 “오랜만의 등판이었지만 우려했던 것보다 존에 들어가는 공들이 좋아 감 잡는 데 성공했던 경기다. 피안타도 있었고 실점도 했지만, 자신감을 찾아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고 자평했다. 이강철 감독도 “이런 시리즈에서는 6~7점이 금방 난다. 강한 상대를 맞아 고영표를 냈다”며 굳은 신뢰를 보였다.

고퀄스. 매 경기 선발투수로서 역할을 다했던 고영표의 별명이다. 비록 선발에서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특유의 고퀄리티 피칭은 그대로다. 고영표의 데뷔 첫 PS 등판, 그의 가을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고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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