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의 예의 없는 이별과 선택적 기준 [스토리 발리볼]

입력 2021-11-29 13: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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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라셈. 스포츠동아DB

서남원 전 감독과 ‘예의 없는’ 결별로 비난을 자초했던 IBK기업은행이 같은 일을 반복했다. 27일 GS칼텍스와 홈경기를 앞두고는 외국인선수 레베카 라셈의 교체를 발표했다. 구단은 “1라운드 종료 직후부터 논의해왔다. 안타깝지만 외국인선수 교체를 진행한다. 비록 시즌 끝까지 함께하진 못하지만 그동안의 노고를 인정해 최대한 배려할 예정이고, 라셈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 외국인선수는 미국 국적의 달리 산타나다. 터키리그에서 활약했고, 라이트와 레프트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산타나는 3라운드부터 합류한다. 아직 취업비자도 받지 않았고, 입국 후 출전을 준비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는 라셈이 뛰어야 하는데, 성급하게 그것도 경기 직전에 교체 사실을 발표했다. 아무리 사전협의를 마쳤다고 해도 굳이 서두를 일은 아니었다.

레베카 라셈. 스포츠동아DB


곧 팀을 떠나야 할 선수에게 열심히 뛰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염치가 없다. 아무리 계약에 따라 움직이고 돈을 벌기 위해 낯선 땅에 온 외국인선수라지만, 이보다는 훨씬 선수의 자존심을 세워주면서 멋진 마무리를 할 수도 있었다. 팀의 정상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행동처럼 보일 뿐이다.


라셈은 시즌 도중 계약이 해지되면 받는 2개월치 월급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 입장에선 큰 손해는 아니기에 구단의 제의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이런 후한 인심을 떠나는 서 전 감독에게도 썼더라면 훨씬 더 아름다운 이별이 될 수도 있었다. 라셈의 사례처럼 서 전 감독에게도 새 사령탑을 선임할 때까지만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게끔 잘 이끌어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했더라면, 이렇게까지 팀이 난장판이 되진 않았을 듯하다. 그래서 더욱 IBK기업은행의 선택적 기준의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서남원 전 감독. 스포츠동아DB


팀은 누군가 와서 머물다가 떠나는 정거장이다.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는데, 좋은 팀과 나쁜 팀의 차이는 어떻게 작별하느냐다. 배구계는 좁다.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날지 모른다. 외국인선수도, 감독도 마찬가지다. 떠나는 사람들이 주변에 전하는 그 팀의 이미지가 곧 배구계의 평판이 된다. 그런 면에서 IBK기업은행이 이미 수차례 실수를 했다. 3명의 감독을 떠나보내면서 모두 섭섭한 감정이 들게 했다.


감독을 하루아침에 해고하면서 무능하고 후배들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퍼붓는 사람으로 낙인찍어놓고는 나몰라 하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모욕이다. 누구처럼 업적을 스스로 말하지는 않겠지만, 서 전 감독은 20년간 지도자로 생활하면서 큰 비난을 받은 적이 없다. 그렇게 예의 없이 내팽개쳐질 사람이 아니다. 지금 다른 팀 감독들이 IBK기업은행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는 이유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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