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 적체에 구매 보조금 삭감까지…속 타는 전기차 구매자들

입력 2021-12-12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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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Q4 e-트론, 제네시스 GV60, 메르세데스-벤츠 EQA 등 6000만 원 이하 전기차들은 내년부터 전기차 구매 보조금 상한액이 5500만 원으로 하향 조정되면 보조금을 절반밖에 받을 수 없게 된다. 사진|아우디·제네시스·벤츠

내년부터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100% 지급되는 차량 가격 상한액이 6000만 원에서 5500만 원으로 하향 조정된다. 차량 가격 5500만~8500만 원인 전기차는 50%만 지급되며, 8500만 원 이상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아울러 전기 자동차 국고 보조금도 최대 800만 원에서 600만~700만 원으로 낮아지고, 각 지자체별 보조금도 비슷한 비율로 줄어들 전망이어서 전기차 구매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 구매 보조금 하향, 전기차 보급확대로 이어질까

환경부는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전기자동차 구매보조금 지침 개정’을 차량제작사, 지자체, 관계부처 등과 협의해 추진 중이라고 9일 밝혔다.

구매 보조금 상한액을 낮추는 이유는 “올해부터 본격화된 전기차 차종 다양화 등 생산여건 개선을 반영해, 고성능 대중형 모델 확대를 이끌기 위함”이라는 것이 환경부의 설명이다.
전기차 관련 예산은 올해 1조1226억 원에서 내년 1조9352억 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전기차 구매 보조금 상한액이 하향 조정되고 국고 보조금까지 줄어들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이 전기차 보급 확대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예를 들어보면 차량 가격 5760만 원(개소세 3.5% 기준)인 아이오닉5 롱레인지 4WD 프레스티지 모델을 올해 하반기 서울에서 구매할 경우 국고 보조금 773만 원에 서울시 보조금 193만 원을 더해 966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년에는 차량 가격이 5500만 원을 넘어가기 때문에 보조금이 50% 삭감되고, 국보 보조금도 줄어 약 300~400만 원의 보조금만 받을 수 있다. 올해 아이오닉5 롱레인지 4WD 프레스티지 모델의 실제 차량 구입 가격은 4794만 원(개소세 3.5% 기준)이었지만 내년에는 5000만 원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 보조금 반토막에 업체·소비자 고민 깊어져
2021년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기준에 따라 차량 가격을 5990만 원 수준으로 맞춰왔던 수입차 업계 및 제네시스 브랜드는 상한액이 내려가면서 타격을 받게 됐다.

올해 출시된 제네시스 GV60과 메르세데스-벤츠 EQA의 경우 기본형 모델의 차량 가격은 5990만 원으로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었고, 서울 기준으로 10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내년에는 보조금이 400만 원대로 줄어들게 된다.

내년 초 국내 시장에 출시될 예정인 아우디의 전기차 Q4 e-트론도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콤팩트 전기 SUV인 아우디 Q4 e-트론은 6000만 원 미만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혀 높은 관심을 받았는데, 전기차 구매 보조금 100% 지급이 5500만 원 이하로 결정되면 실제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이 50%로 줄어들게 된다.
수입차 업체들도 고민이 크다. 5990만 원 수준으로 책정했던 전기차 가격을 5500만 원 이하로 낮추면 프리미엄 이미지에 손상이 가는 데다 수익성이 줄어들고, 보조금 100% 지급을 포기하면 판매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소비자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반도체 대란으로 인해 출고가 지연되면서 올해 보조금 기준으로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들도 제 때 차를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출고가 늦어지면 내년 기준을 적용받게 되어 보조금이 50% 줄어든다. 보조금이 줄어들면 다른 선택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어, 계약을 포기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분위기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제조원가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업체들이 전기차 가격을 낮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실제 소비자들의 구매 부담이 커질 경우 전기차 판매 확대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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