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업계 왜 이러나”…잇단 여성 젖소 비유 논란

입력 2021-12-1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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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유업계가 여성을 젖소에 비유했다는 ‘여혐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우유의 유기농 우유 광고 영상(왼쪽)과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홍보 웹툰에 등장하는 캐릭터 ‘밀키’. 사진|서울우유 유튜브,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사이트 캡처

서울우유 이어 우유자조금도 여혐

젖소로 변한 여성…도촬하는 남성
서울우유, 영상 비공개·사과문 게시
우유자조금, 홍보 웹툰 캐릭터 물의
업계 “예전 광고 살피며 논란 차단”
우유업계가 잇달아 ‘여혐(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서울우유 광고가 여성이 젖소로 변하고 불법 촬영을 하는 남성의 모습을 담아 비난을 받은 데 이어, 우유산업 발전을 위해 설립된 단체인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제작한 홍보 웹툰도 여성을 젖소에 비유하며 도마 위에 올랐다.


● 여성이 젖소로 변하는 광고에 소비자 ‘분노’

서울우유는 지난달 29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유기농 우유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한 남성 탐험가가 산속을 헤매다 풀밭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이들과 만나는 모습을 그렸다. 풀밭에 있던 남성과 여성을 본 탐험가는 이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촬영을 시도했고 이 순간 나뭇가지를 밟는 실수를 하게 된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논란 한 남성이 탐험가를 바라본 이후 풀밭에 있던 남녀는 젖소로 바뀐다.

‘자연 그대로의 깨끗함을 간직한 곳에서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만났고 이를 카메라에 담는데 성공했다’라는 것이 당초 기획 의도로 읽힌다. 깨끗하게 만들어진 100% 서울우유, 유기농 우유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영상이 공개된 이후 논란은 다른 식으로 확대됐다.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영상에서 여성이 부각된 부분을 클로즈업한 뒤 사진으로 만들어 여성을 젖소로 비하했다는 지적과 함께 여혐 광고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영상 속 탐험가가 스트레칭을 하는 이들을 불법으로 촬영한다고 불법도촬 범죄를 연상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광고가 타인을 불법 도촬하는 모습을 당연한 행동으로 조장한다는 주장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여성이 젖소로 변하는 모습과 남성이 도둑 촬영을 하는 설정을 볼 때 이 광고는 여성 혐오와 남성 혐오를 모두 담고 있다”며 “여성 혐오만 강조되는데 남성을 잠재적 몰카 범죄자로 취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우유 불매운동의 목소리도 나왔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런 내용이 광고로 제작될 때까지 그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남양유업에 이어 서울우유도 불매운동을 해야 하나 고민스럽다”고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서울우유는 8일 해당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고, 공식 홈페이지에 ‘유기농우유 유튜브 광고에 대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 홍보 웹툰 속 여성 캐릭터를 젖소에 비유

서울우유 여혐 광고의 불똥은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로 튀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2014년 제작한 홍보 웹툰 ‘춘봉리 사람들’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밀키’가 논란의 중심이다. 밀키는 총 12회짜리 웹툰에 두루 등장하면서 마을에 일어나는 에피소드의 중심에 서 있는 캐릭터다. 우유 카페 ‘밀키 웨이’를 운영하면서 우유의 역사와 효능 등을 설명한다.

문제는 밀키가 젖소를 연상시키는 얼룩무늬의 짧은 원피스를 입고 있고, 남성 캐릭터들이 밀키의 외모를 칭찬하는 내용 등으로 여성을 젖소에 비유했다는 논란을 낳고 있다. 누리꾼들은 “서울우유 광고에서 여성이 젖소로 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여성을 젖소로 비유한 콘텐츠를 우유 홍보에 활용하다니,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우유산업 발전을 위해 설립된 단체 맞나” 등의 댓글로 비난을 이어갔다. 논란이 커지자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사이트와 블로그에서 해당 웹툰을 삭제한 상태다.

이렇듯 ‘여혐’이라는 키워드가 논란이 되자 우유업체를 비롯한 식품업체들은 자사의 예전 광고 및 콘텐츠에 유사한 사례가 없는지 살펴보는 등 기업 이미지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방영됐던 자사 광고 등을 살피며 여혐 논란을 사전에 차단할 계획”이라며 “여혐 논란에 휩싸일 경우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 적지 않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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