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이 포기한 원클럽맨…K리그에 누가 남았나 [스토리사커]

입력 2021-12-1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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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36)이 결국 FC서울을 떠난다. 현역 연장과 지도자의 갈림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기로 결정하고 구단에 이별을 통보했다. 그는 더 이상 검빨(검정+빨강) 줄무니 유니폼을 입지 않는다.

박주영은 서울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고려대 재학 중이던 2005년 서울에 입단해 그 해 신인상 수상과 함께 K리그에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2008년 AS모나코(프랑스)를 통해 유럽에 진출한 뒤 아스널(잉글랜드), 셀타비고(스페인) 등에서 뛰었지만 큰 성과를 얻지 못한 채 2015년 서울로 돌아왔다. 그는 K리그에선 서울 소속으로 11시즌을 뛰면서 279경기 76골·23도움을 기록한 ‘원클럽맨’이다. 이 때문에 구단과 갈라서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프로 선수가 데뷔부터 한 곳에서만 쭉 뛰기는 쉽지 않다. FC바르셀로나(스페인)의 상징이던 리오넬 메시(파리생제르맹)가 경기 외적인 요인으로 떠나는 걸 보면 선수 앞엔 여러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실력은 기본이다. 부상을 조심해야하고, 동료(구단)와의 관계도 원만해야한다. 팬들의 평가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팀 성적도 꾸준해야한다.

대표적인 원클럽맨은 파울로 말디니(AC밀란), 프란체스코 토티(AS로마), 라이언 긱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이 꼽힌다. 말디니와 토티는 한 구단에서만 25년간 각각 902경기와 786경기를 소화했다. 긱스는 24년간 맨유에서 963경기를 뛰었다. 이들은 대를 이은 팬들의 사랑을 받은 전설들이다.

K리그를 보면 군 팀인 상무나 해외클럽에서 뛴 이력을 제외하고 200경기 이상을 한 팀에서 출전한 선수는 모두 33명이다.

이들 중 최고는 신태용(인도네시아대표팀 감독)이다. 1992년 입단해 13년간 현역 생활을 하며 일화축구단(현 성남FC)의 전성기를 이끈 그는 401경기에 출장해 99골·68도움을 기록했다. 당시 성남은 K리그 3연패를 두 번 달성했고, FA컵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까지 제패했다.

김현석(울산대 감독)도 1990년 울산 현대를 통해 프로 데뷔한 이후 2003년까지 371경기를 뛰었다. 통산 110골·54도움을 기록한 그는 1996년 MVP, 1997년 득점왕을 차지한 울산의 레전드다.

이들 이외에도 황지수(포항·320경기) 최진철(전북·312경기) 김진우(수원·310경기) 곽희주(수원·308경기) 윤상철(서울·300경기) 등이 한 팀에서만 300경기 이상을 뛴 원 클럽맨이다.

현역 중에선 고요한(서울)과 최철순(전북)이 대표적이다. 고요한은 2006년 데뷔해 이번 시즌까지 서울 유니폼을 입고 16년 동안 353경기에 출전했다. 박주영이 팀을 떠나면서 다음 시즌부터 서울의 얼굴이 될 전망이다. 역시 2006년 전북 유니폼을 입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최철순도 이번 시즌까지 전북에서만 362경기를 뛰었다. 상무 기록까지 합치면 407경기 출전이다.

프로는 큰 돈이 오가는 무대다. 상상을 초월하는 이적료와 연봉 앞에서 뼈를 묻어달라고 요구할 순 없다. 충성심도 돈 앞에선 무기력한 게 프로의 생리다. 또 구단 입장에서도 나이 든 선수를 무조건 대우하며 데리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꾸준히 뛸 수 없다면 억지로 한 클럽을 고집하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팀을 찾아 최상의 결과를 내는 게 진정한 프로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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