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편파판정 항의 빛 보나…쇼트트랙 판정 정상화 조짐

입력 2022-02-10 10: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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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1500m 준결승 3조에서 박장혁에 2위자리를 내준 중국 런쯔웨이가 두 손을 들어보이는 제스처를 통해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 KBS중계화면 캡처.

대한민국의 분노가 통한 걸까.

편파판정 논란으로 얼룩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이 정상화할 조짐이다. 황대헌이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남자 1500m 종목은 심판판정 관련해서도 주목할만하다.

이 경기는 지난 7일 남자 1000m에서 개최국 중국에 유리한 판정을 내려 빈축을 산 영국 출신 피터 워스 심판이 주심을 맡았다.

한국 선수들은 판정논란의 여지조차 만들지 않겠다는 듯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가며 순항했다. 그럼에도 가슴 철렁한 순간은 있었다. 준결승 3조에서 뛴 박장혁이 결승선 2바퀴를 남기고 인코스를 파고들 때 일어났다. 2위 자리를 내 준 런쯔웨이(중국)가 두 손을 번쩍 들며 박장혁의 추월에 방해를 받았다는 듯한 의사를 표했다. 심판을 향한 의도적인 행동일 터. 마치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안톤 오노(미국)가 김동성을 상대로 한 ‘할리우드 액션’을 연상케 했다.

피터 워스 심판은 경기가 끝난 뒤 비디오 판독에 나섰고, 박장혁의 추월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남자 1000m에서 여러 차례 이해하기 어려운 판정을 등에 업고 금메달을 획득한 그였기에 한국 팬들은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었으나 이번에는 상식적인 결정이 나왔다. 게다가 런쯔웨이는 레이스 도중 다른 선수를 팔로 막았다는 지적을 받고 실격됐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을 중심으로 헝가리 등이 강력하게 항의하며 적극 대응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선 남자 1000m 경기 후 한국은 황대헌의 벌칙 사유를 묻는 항의를 또한 헝가리는 결승에서 리우 샤오린 산도르에게 옐로카드가 나온 데 대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각각 항의했다.

한국은 한 발 더 나가 대한체육회가 나서 편파 판정 재발을 막기 위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ISU 얀 데이케마 회장에게 면담을 요청, 판정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등 각국 언론도 쇼트트랙 편파판정 논란을 비중 있게 보도하며 주목했다.

이에 한국을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대응과 전 세계 주요 언론의 비판보도 등 다각적인 압박이 통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 금메달리스트 이정수 KBS 해설위원은 10일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만 이렇게 항의를 했으면 먹히지 않았을 텐데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이슈가 되니까 어느 정도 그래도 눈치를 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며 심판들이 각성한 것 같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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