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우승자 에린 잭슨(미국).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단순히 땀을 식히기 위함으로 보일 수 있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복은 직선주로가 긴 종목 특성상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고, 출발부터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도록 제작했다. 모자까지 일체형인 경기복은 벗어놓으면 ‘ㄱ’자 형태다. 선수들이 허리를 구부려 ‘ㄱ’자 자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이렇게 설계했다. 또한 폭발적인 스피드를 낼 수 있도록 근육을 꽉 조여 주는 고탄성 고무재질을 사용한다. 일반인이 착용하면 숨쉬기조차 어렵다. 그래서 경기를 마친 선수가 허리를 곧게 편 자세를 하며 엄청난 저항을 받게 돼 모자부터 벗고 지퍼를 열어 이를 해소하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경기복은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나이키가 개발했다. 신축성이 다른 소재를 조합, 상체를 숙인 자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했으며, 이를 착용한 미국과 네덜란드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널리 확산했다.
여러 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빙판을 질주하는 매스 스타트나 팀 추월 경기복은 조금 다르다. 경기 중 충돌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 동맥이 지나는 목, 옆구리, 무릎 뒤쪽 부위에는 스케이트 날에 닿아도 잘 끊어지지 않는 방탄 재질 합성섬유를 사용한다.
쇼트트랙 선수들은 지퍼를 내리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경기복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쇼트트랙은 직선구간이 짧고 코너링이 많아 공기저항은 큰 고려 대상이 아니다. 대신 원심력을 이겨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경기 중 넘어지거나 충돌이 잦아 안전성과 활동성에 중점을 두고 경기복을 제작한다. 국제빙상연맹은 쇼트트랙 경기복 역시 동맥이 지나는 주요 부위에 방탄재질 소재를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