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의 몰락?

입력 2022-02-2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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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녀석들’(위), ‘줄서는 식당’ 등 먹방(먹는 방송) 프로그램이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놓치며 시청자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사진제공|iHQ·tvN

잘나가던 먹방, 요즘엔 먹방 나오면 채널 돌린다는데…

대표 먹방 ‘맛있는 녀석’ 인기 뚝
‘외나무식탁’‘줄서는 식당’ 도 고전
하재근 평론가 “변주 없는 소재탓”
일부선 “코로나 시국에 먹방 거슬려”
한동안 방송가를 주름잡았던 ‘먹방’(먹는 방송)프로그램이 좀처럼 힘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연예인들이 맛집을 찾아가 음식을 먹는 다양한 포맷의 예능프로그램이 시청률과 화제성 측면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유난히 많은 프로그램이 쏟아진 지난해와 달리, 최근 스포츠 소재에 시청자 관심이 쏠리면서 이제 철 지난 아이템으로까지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별다른 차별화 전략 없이 소재의 힘에만 기댄 안이함을 지적하는 시각도 나온다.


● 잘 나가던 ‘맛녀석’도 흔들

iHQ 예능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여름 연출자 이영식 PD와 멤버 김준현이 하차한 이후 12월 개그맨 홍윤화·김태원을 영입한 프로그램은 이전과 같은 시선을 끌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이후 7년간 방송하며 탄탄한 팬덤을 보유해왔지만, 시청자 사이에서는 “개성이 반감됐다”는 반응이 잇따른다.

방송인 강호동·김준현의 JTBC ‘외나무식탁’, 박나래·유튜버 입짧은햇님이 진행하는 tvN ‘줄서는 식당’ 등도 마찬가지다. 각각 요리 고수들의 대결과 SNS 화제의 맛집 찾기 콘셉트를 앞세웠지만, 시청률은 2%대(닐슨코리아)에 머물고 있다. 방송가 톱스타들로 출연 라인업을 채운 것에 비해 별다른 화제도 이끌어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나마 E채널 ‘토요일은 밥이 좋아’가 체면치레 중이다. 지난해 11월 선보여 이달 26일 시즌2를 방송한다. 유튜버 히밥과 농구스타 현주엽의 조합이 시청자 관심을 받은 덕분이다. 그러나 출연자들이 맛집을 찾아다니는 콘셉트 자체에서 차별성을 찾지 못하겠다는 시선도 받고 있다.


● “코로나19 분위기와도 안 맞아”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시청률 경쟁에 놓인 제작진이 프로그램만의 개성을 발휘하기보다 소재의 힘에 묻어가려고 해 식상하다는 반응을 얻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식욕이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서 출발하는 먹방 소재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지만, 대신 소재를 다채롭게 변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에서는 먹방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예전과 같지 않은 상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와 무관치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24일 서울 도봉구에 사는 회사원 조민우(32) 씨는 “최근 먹방프로그램에서 여러 출연자가 함께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면 코로나19 감염 걱정부터 든다”면서 “제작진이 방역에 힘쓰며 촬영하겠지만, 시청자 눈에는 아슬아슬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줄서는 식당’도 유명 식당 앞에서 입장 대기줄에 빼곡히 선 고객들의 모습을 방영해 일부 시청자로부터 “코로나19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는 날선 비판을 받았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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