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넷플릭스는 No!”…콧대 높은 칸, 왜?

입력 2022-02-2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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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의 봉준호 감독.

“영화는 극장예술” OTT에 빗장
대중성보다는 예술성 더 중시
OTT 반기는 아카데미와 대조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는 넷플릭스가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 오리지널 영화를 출품하지 않을 전망이다. 넷플릭스 영화를 무려 27개 부문에 후보로 올린 미국 아카데미상과 뚜렷이 대비된다.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와 가장 대중적인 영화상이라는 영화축제를 대표하는 두 무대가 OTT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를 드러낸 셈이다.


●칸 vs 넷플릭스, 입장차 좁히지 못하는 이유

24일 미국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 등 외신에 따르면 5월 17일 개막하는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상영할지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여전히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넷플릭스 영화가 칸에서 관객을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2017년 칸 국제영화제는 넷플릭스가 투자·제작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경쟁부문에 초청했다. 하지만 “영화제 상영작은 극장 상영을 전제 조건으로 해야 한다”는 프랑스극장협회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는 극장이 아닌 OTT 플랫폼을 통해 선보이는 작품을 ‘영화’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에 관한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다. 결국 칸은 이듬해부터 OTT 영화를 초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경쟁부문이 아닌 다른 섹션 상영은 가능하다는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이미 자존심을 구긴 넷플릭스는 작품을 보내지 않았다.

일찌감치 OTT에 문을 연 베니스, 베를린, 부산 등 국내외 유수의 국제영화제와 달리 칸이 여전히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것은 영화를 철저히 극장 예술의 영역으로 보는 시각이 굳건하기 때문이다.


●칸 vs 아카데미, 영화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

“영화가 역사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는 극장을 거쳐야 한다”는 티에리 프레모 칸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말이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칸 국제영화제가 대중성보다 예술성을 강조하며 소수를 위한 엘리트주의 무대로 비판받기도 하지만,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아왔다는 평가도 지배적이다.

반면 미국 아카데미상은 가장 대중적인 영화상으로 꼽히는 만큼 영화산업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고 있는 OTT 영화를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각 부문의 수상 후보작이 될 극장 개봉작이 급격히 줄어든 펜데믹 시대에 OTT가 질 높은 영화를 꾸준히 선보이며 호평받고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올해 공개되는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도 칸을 찾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공개 예정인 작품으로는 ‘카터’와 ‘길복순’ 등이 있다. 2017년 ‘악녀’와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나란히 초청받은 정병길·변성현 감독의 신작이다. 또 넷플릭스는 ‘부산행’과 ‘반도’로 칸 러브콜을 받았던 연상호 감독의 신작 ‘정이’도 선보일 예정이다. 칸이 영화제와 인연을 맺은 감독들의 신작에 유난히 애정을 드러내 왔다는 점에서 올해 넷플릭스와 관련한 움직임이 아쉬움을 자아낸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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