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도로공사의 봄배구 예고편에서 드러난 것들 [스토리 발리볼]

입력 2022-03-02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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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1위 확정이 가능했던 수원체육관의 삼일절 대첩은 많은 뒷얘기들을 남겼다. 선두 현대건설과 2위 한국도로공사의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 이번 시즌 현대건설이 당한 3패 중 2패를 안겼던 상대와 경기는 ‘봄배구’의 예고편이었다. 소문난 잔치에는 먹을 것도 많았다. 끝까지 흥미진진했고, 무려 2시간29분 동안 풀세트 혈투가 지속됐다. V리그 통산 6번째 최장시간경기였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역대 최장시간경기 기록을 함께 세운 사이다. 2018년 10월 31일 김천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두 팀은 2시간43분의 대접전을 벌였다. 당시에는 도로공사가 3-2로 이겼고, 이번에는 현대건설이 설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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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V리그 여자부 최장시간경기 2위는 2019년 12월 7일 펼쳐진 IBK기업은행-도로공사전으로 2시간35분만에 끝났다. 베테랑 선수들이 많아 지구전에 약할 것 같지만, 의외로 도로공사는 장시간경기 기록이 많다. 현재 여자부 최장시간경기 톱 10 중 무려 6차례나 관여했다. 이밖에 GS칼텍스 6경기, 기업은행 4경기, 현대건설 3경기, KGC인삼공사 2경기, 흥국생명 1경기의 순이다.

현대건설은 챔피언 결정전 때도 시리즈나 경기를 오래 끌수록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주포 야스민은 키 192㎝, 몸무게 93㎏의 탄탄한 체격을 지녔다. 피로가 쌓이는 속도가 빠르고, 회복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공격 스타일도 도로공사 켈시와는 차이가 났다. 키 191㎝, 몸무게 70㎏의 날렵한 켈시는 높은 점프를 이용한 송곳 같은 공격으로 득점하지만, 야스민은 힘이 필요한 ‘도끼질 강타’로 득점하는 스타일이다. 오래 경기를 할수록 체력과 점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 현대건설은 일찍 경기를 끝내는 방법을 찾아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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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서브 1위 현대건설(세트당 1.359개)과 블로킹 1위 도로공사(세트당 2.737개)의 맞대결에서 승패를 가른 것은 리시브였다. 도로공사는 가장 높은 리시브 효율(36.89%)을 자랑해왔지만, 이날 1세트 야스민의 서브에 흔들리면서 32%에 그쳤다. 3세트에도 20%로 추락하는 등 시즌 평균에 미치지 못했고, 이는 속공 구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반대로 현대건설은 50%가 넘는 리시브 효율을 기록한 세트가 무려 3차례였고, 모든 세트의 리시브 효율이 시즌 평균(33.26%)보다 높았다. 이 덕분에 현대건설은 속공 구사에서 앞섰다.

현대건설 세터 김다인은 26번의 속공 중 16개를 성공시켰다. 반면 도로공사 세터 이고은은 14번의 시도에서 9차례 성공했다. 속공 성공률은 62%-64%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중앙의 활용도에선 현대건설이 한 발 앞서는 느낌이었다. 결국 도로공사가 봄배구에서 현대건설을 상대할 때는 지금보다 날카로운 서브로 상대의 리시브를 흔들고, 양효진-이다현에게 가는 속공패스의 횟수를 줄여야 승산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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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도로공사에 더욱 아쉬운 것은 문정원의 서브다. 그동안 V리그를 대표하는 강력한 서브를 자랑했지만, 최근에는 위력이 떨어졌다. 그를 제외하곤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는 강한 서브를 넣을 선수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문정원은 리베로 임명옥과 함께 리시브에서도 큰 역할을 해줘야 할 핵심자원인데, 전위에 있을 때 블로킹과 공격은 팀의 아킬레스건이다. 이고은은 블로커와 1대1 상황에서도 용감하게 공을 주지 못하고 켈시의 백어택을 자주 찾았고, 상대 레프트 정지윤과 매치업에선 블로킹에서 빈틈이 보였다. 도로공사는 전새얀과 문정원의 적절한 교체로 이 약점을 커버해야 승산이 있을 듯하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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