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전쟁 제재가 ‘인종차별·파시즘’?…러 플루셴코 또 도발

입력 2022-03-07 10: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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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브게니 플루셴코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소치동계올림픽 단체전 금메달 사진.

러시아 피겨 스케이팅의 살아있는 전설 예브게니 플루셴코(40)가 “러시아인으로서 조국이 자랑스럽다”며 “러시아인에 대한 차별을 멈추라”고 또 한 번 도발했다.

그는 6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 계정에 새로운 게시물을 올렸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카메라를 응시하며 손가락으로 정면을 가리키는 사진과 함께 영어와 러시아어로 된 두 가지 글을 게재했다.

그는 먼저 영어로 “나는 러시아인이다. 나는 러시아인인 게 자랑스럽다. 나는 대(大)러시아의 하바롭스크 지방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볼고그라드(옛 스탈린그라드)에서 살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운동을 했고 지금은 모스크바에 거주하며 일하고 있다. 모국 러시아를 위해 4개의 메달을 네 곳의 다른 올림픽에서 획득했다”고 썼다. 이어 “인종차별을 멈춰라! 민족 대량학살을 멈춰라! 파시즘을 멈춰라!”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향한 세계 각국의 제재를 인종차별, 파시즘으로 받아들인 것.

플류셴코가 사진과 함께 올린 글.


그는 이어 러시아어로 “러시아인들이여, 고개를 들고 앞으로 나아가라. 아무것도 부끄러워할 것이 없다. 러시아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져!”라고 강조하면서 해시태그로 ‘#stoprussianhate(러시아인에 대한 미움을 그만둬)’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2일에도 인스타그램에 국제축구연맹, 유럽축구연맹, 국제빙상연맹, 국제올림픽위원회 등의 러시아 선수 배제 결정을 비판하며 “스포츠와 정치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모든 것이 끝나 협상이 결실을 맺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 대통령을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금메달을 딴 뒤 러시아 깃발을 들고 링크를 도는 사진을 게시하며 “러시아를 고립시킨다면 올림픽 정신은 과거에 머무를 것”이라며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 스포츠의 힘을 통해 정치적 차이를 극복하기를 바란다”고 주장해 국제적으로 거센 비난을 받았다.

플루셴코는 선수시절 ‘빙판 위의 차르’ 또는 ‘빙판 위의 셰익스피어’로 불렸다. 러시아의 절대군주인 차르를 떠올리게 만드는 압도적 기술력과 대문호 셰익스피어에 필적할 만한 표현력을 지녔다는 의미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 은메달,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금메달,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은메달,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피겨 단체전 금메달 총 4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러시아 침략전쟁을 옹호하는 잇단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며 선수시절 쌓은 명성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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