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마음’ 공성하 “사진학도에서 배우로…희열이 이끈 길” [인터뷰]

입력 2022-03-2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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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더웨이컴퍼니

“하루하루가 달라지고 있어요.”

이제 막 안방극장에 발을 내디딘 배우 공성하(30)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데뷔작 SB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아직 떠나보내지 못했다”는 그는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사실도 얼떨떨하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그에게 “깜짝 놀랄 만큼 좋은 출발”이 됐다. 우리나라 1세대 프로파일러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에서 살인 사건을 취재하는 최윤지 기자를 연기했다. 프로파일러 김남길, 진선규를 곁에서 지켜보며 자신만의 소신을 세워가는 초보 기자의 성장을 그려 시청자에 눈도장을 찍었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동아 사옥에서 만난 공성하는 “최 기자뿐 아니라 나 또한 성장해가는 모습이 담겨 뿌듯했다”고 돌이켰다. 아래는 공성하와 나눈 일문일답.

Q. 6개월이 넘는 대장정을 마쳤다.


“지난해 6월 오디션을 보고 1월 초 촬영을 마무리하기까지 딱 6개월이 걸렸네요. 종영하는 날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으니까 따지고 보면 8개월가량 드라마에 쏟은 셈이에요. 긴 시간 동안 외모와 마음가짐을 같은 상태로 유지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지를 제대로 깨달았죠. 배우로서 이제야 시작하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누구와 어떤 주제로 대화를 나눠도 자꾸만 끝에는 ‘연기’를 말하는 저를 보면서 어머니께서 ‘네가 진짜 배우가 됐나 보다’고 웃으신 적도 있어요.”


Q. 선배 김남길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촬영했나.


“극중 캐릭터들의 관계에 주목해서 연기해보라는 조언은 요즘에도 시나리오를 보면서 떠올리곤 해요. 모니터링을 정말 꼼꼼히 해주셨어요. 카메라에 잘 담기려면 어떤 방향으로 걸어와서 어디로 시선을 던져야 하는지 몸소 설명해주신 적도 있고요. ‘엔딩 장면’에 주로 나오는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을 알려주시기도 했죠. 조언을 잘 귀담아들었다가 다음 작품에서도 잘 적용해보려고요.”

사진제공 | 더웨이컴퍼니



Q. 기자 캐릭터를 어떻게 준비했나.

“처음 최 기자 역할을 받아들고는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떠올랐어요. 중앙대 사진학과에 재학 중이었는데 뉴스를 보자마자 ‘저 현장을 기록해야겠다’는 강렬한 감정이 휘몰아쳐서 진도로 내려갔어요. 전문가가 아니니 별다른 일을 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속에 가득 차오른 감정만은 생생해요. 최 기자가 비슷하지 않았을까 하며 금방 몰입했어요. 또 극중 배경인 1990년대 후반부터 기자 생활을 하신 분을 만나 당시 취재 환경을 듣고, 기자들의 에세이집도 찾아보며 준비했어요.”


Q. 연기를 20대에 시작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13년간 사물놀이 공연을 했어요. 미국, 중국 등 해외부터 전국 방방곡곡의 각종 축제까지 안 간 곳이 없어요. 압록강에 띄운 배 위에서 공연한 적도 있죠. 공연을 다닐 때 마다 카메라를 가지고 가 공연 사진을 찍었어요. 자연스럽게 사진에 관심이 생겨 2011년 중앙대 사진학과에 진학했어요. 1학년 때 우연히 연극학과 수업을 청강했다가 연기에 푹 빠져서 부전공으로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Q. 우연히 시작한 연기가 업이 됐다.

“수강신청 표에서 ‘신체 표현과 움직임’이라는 과목을 보지 못했으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거예요. 원래는 타과 학생이 들을 수 없는 수업인데 이게 뭘까 정말 궁금해서 담당 교수님께 전화를 드려 청강을 했어요. 연기 한 번 안 해본 제가 스스로 몰입해서 즉석에서 대사를 만들어 상황극을 하고 있더라고요. 몰입한 순간이 주는 희열을 맛본 거죠.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이거다!’ 싶었어요. 그리고 계속 연기를 했죠. 주변에서도 신기해해요.”

사진제공 | 더웨이컴퍼니



Q. 배우로 발을 내디딘 지금 그때를 돌아보면.

“다른 친구들은 입시 준비를 하면서 차근차근 연기를 해왔어요. 그 안에서 때로는 주눅 들기도 했어요. 그래도 ‘내가 공연 경력은 훨씬 길어!’라며 자신감을 끌어올리며 기죽지 않으려고 했죠. 혹자는 저의 과거가 특이하다고 하지만, 가슴 뛰는 일을 따라갔던 제게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어요. 다만 지금은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면서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갈 길이 멀겠구나 싶죠. 저의 한계를 열심히 깨봐야죠.”


Q.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조금씩 나아지는 사람. 꾸준히 성장해서 깊이 있게 나이 들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훗날 제가 나온 장면들을 쭉 돌아보며 ‘그래도 머물지 않고 계속 달라졌구나’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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