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 조추첨 앞두고 쓴 보약 들이킨 벤투호…더 정교하게, 더 공격적으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승승장구하던 한국축구가 쓴 보약을 마셨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30일(한국시간) 두바이에서 끝난 아랍에미리트(UAE)와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최종전(10차전)에서 0-1로 무너졌다. 쉼 없이 상대를 몰아세웠으나, 후반 9분 하리브 압달라 수하일에게 결승골을 허용했다.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10회 연속, 통산 11회 월드컵 본선 진출은 일찌감치 확정했지만 이날 패배로 승점 23(7승2무1패)에 그쳐 이란(승점 25·8승1무1패)에 이어 조 2위로 최종예선을 마무리했다. 4승4무를 거둔 2010남아공월드컵 이후 12년만의 최종예선 무패 통과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지난해 3월 한·일전 패배 후 이어진 무패행진도 14경기(12승2무)에서 종료됐다.

벤투 감독 역시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결과는 물론 경기력, 태도 모두 실망스럽다”며 강한 어조로 태극전사들을 질타했다. 평소 감정표현이 많지 않은 그로선 굉장히 이례적이다.


최종예선은 아쉽게 마감됐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다. 당장 4월 2일 오전 1시 카타르 도하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월드컵 본선 조 추첨이 열린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 따른 포트3 합류가 유력하나, 어차피 우리와 마주할 상대들은 대부분 강한 전력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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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 가지씩 과제를 정리해야 한다. 특히 세트피스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축구에서 강호를 상대할 때 가장 수월하게 찬스를 만들 수 있는 순간은 페널티킥(PK)을 제외하면 공이 멈춘 상태에서 진행되는 데드볼 상황이다. 프리킥, 코너킥 등의 다양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77%에 육박한 경기점유율 속에 9차례 시도한 슛이 계속 빗나간 것도 아쉽지만, 16차례 코너킥을 한 번도 살리지 못한 UAE전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실수도 줄여야 한다. 수비진에서 나온 실책이 치명적 결과를 불러왔다. 아시아 예선 내내 ‘철옹성’처럼 버틴 김민재(페네르바체)-김영권(울산 현대)은 누적된 피로의 여파로 현저한 집중력 저하를 드러냈다. 그런데 단순히 수비라인의 잘못만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여기저기서 미스가 너무 많았다. 공수 연결고리로 나선 중앙미드필더 정우영(알 사드)도 쉽게 볼을 내주기 일쑤였고, 나머지 위치에서 움직임도 원활하지 않았다. ‘벤투호’가 일관성을 갖고 유지한 전방위적 빌드업과 전방압박이 UAE 원정에선 사실상 실종됐다.


여기에 태극전사들이 결코 간과해선 안 되는 부분은 ‘도전적 플레이’다. 벤투 감독은 대표팀을 소집할 때면 줄기차게 “어그레시브(aggressive) 무브먼트”를 강조했다. 월드컵 본선은 아시아 예선과 전혀 다르다. 한국은 상대국들에게 ‘승점 제물’로 간주된다. 라인을 내리거나 잠그는 경기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래서 더 기회가 많이 열릴 수 있다. 신중하되, 과감하면서 도전적인 공격작업이 본선무대에서 꼭 필요한 이유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