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만상, 이적시장의 세계를 아십니까? [남장현의 피버피치]

입력 2022-04-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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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K리그의 2022시즌 겨울이적시장이 25일 막을 내렸다. 11월말 개막할 2022카타르월드컵으로 인해 예년보다 2주 가량 앞당겨 시즌이 개막했지만, 이적시장은 결코 짧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장의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흥미진진했다. 저마다 이유는 달랐어도 마지막 순간까지 여러 팀이 기민하게 움직여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영입이 확정될 때까지 과정은 굉장히 복잡하고도 치열하다. 실력이 검증된 좋은 매물에는 모두가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더욱이 선수 이적도 일종의 인사권 행사로 볼 수 있어 구단 차원의 공식 발표가 나올 때까지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대부분의 이적은 깔끔하게 진행되지만, 간혹 무리한 작업도 있다. 가장 흔한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 오퍼’를 협상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특정 선수의 계약연장 또는 이적을 추진하면서 타 팀의 관심을 무기로 협상을 유리하게 진행하려 할 때 등장한다.

먼저 선수 대리인이 A팀에 오퍼를 넣고는 소속팀이나 B팀과 접촉하면서 “A팀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거짓 정보를 흘린다. A팀으로부터 거절당한 뒤에도 정확한 상황을 공유하는 대신,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 사례다.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몸값이 뛰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경우에는 군 입대에도 임대료를 요구한다. K리그는 해외 리그에서 뛰던 선수가 국군체육부대(현 김천 상무)에 입대하려면 반 시즌 이상 K리그를 거쳐야 하는 로컬 룰을 갖고 있는데, 과거 선수 C가 K리그에 임시 복귀하는 과정에서 D팀이 관심을 보이자 임대료 수억 원을 요구해 빈축을 샀다. 해외 구단은 임대료를 요구한 적도 없고, 계약서에도 임대료 발생 옵션이 없었음에도 D팀을 속이려고 해 논란을 낳았다. 만약 D팀이 해외 구단에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불필요한 돈을 낭비할 뻔했다.

‘하이재킹’ 시도도 흔하다. 선수에 대한 구단간 이적 합의가 완료된 뒤 전혀 새로운 팀의 오퍼가 판을 뒤집는 경우다. 최근 선수의 권익이 향상되면서 이적을 거부할 시 협상이 없던 일이 될 수 있음을 이용한 것이다. 이적이 성사되면 그나마 다행이나, 실패하면 모두가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위조가 의심되는 서류가 등장할 때도 있다. 통상 선수 이적은 영입의향서 전달→이적 합의→협상 등의 순서로 진행되는데, 꾸준히 해외 진출설이 돌던 E의 이적과정에서 진위를 파악하기 어려운 유령 서류가 발견돼 담당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자칫 국제분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여기에 선수들의 개인적 노력(?)도 자주 접할 수 있다. 대리인을 고용하지 않고 여러 에이전트들에게 건별로 위임장을 남발하는 경우다. 물론 불법은 아니지만 협상 루트가 통일되지 못해 변질된 소문이 외부로 흘러나가 진짜 중요한 협상이 어려움에 봉착할 때가 있다.

물론 모두가 그렇진 않다. 선수를 위하는 좋은 에이전트들이 대부분이고, 선수들과 구단도 서로를 신뢰하고 긴밀히 협력하며 동행하고 있다. 다만 몰지각한 일부가 전체 판을 흐리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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