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는 또 BTS를 외면했다

입력 2022-04-0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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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퍼포먼스 무대” 방탄소년단이 4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그래미 어워즈에서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히트곡 ‘버터’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버터’ 빌보드 10주 1위 불구 2년 연속 수상 불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도자 캣·SZA 수상
BTS “오늘 슬프고 내일 괜찮으면 된다” 아쉬움
“기분이 안 좋은 건 사실이지만, 오늘 슬프고 내일 괜찮으면 된다!”

보수적인 그래미의 벽은 생각보다 높고 견고했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4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지난해에 이어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트로피는 도자 캣·SZA에게 돌아갔다.

방탄소년단이 2년 연속 상을 받지 못한 것을 두고 비백인이나 아이돌 스타들에게 그래미의 진입 장벽이 높다는 비판과 함께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 의미 있는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2년 연속 고배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발표한 ‘버터’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에서 10주 1위를 기록하는 등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다. 그만큼 어느 때보다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끝내 상을 받지 못했다. 앞서 ‘버터’의 세계적인 흥행으로 지난해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대상 격인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Artist Of The Year)를 수상하면서 그래미 트로피인 ‘그라모폰’을 들어 올릴 것이라는 기대를 키웠다.

특히 사전 시상식에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수상자를 발표해온 관행에서 벗어난 올해에는 본 시상식에서 시상하면서 또 다른 화제를 모았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레이디 가가·토니 베넷, 도자 캣·SZA 등 톱스타들이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이와 함께 방탄소년단은 ‘버터’ 퍼포먼스를 펼치면서 기대감이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트로피는 이들의 것이 아니었다. 방탄소년단은 “오늘 슬프고 내일 괜찮으면 된다”면서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후보 지명만으로 인정받은 것”

그래미 특유의 보수성이 또 한 번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트 순위를 기준으로 삼는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팬 투표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와 달리 그래미는 기존 수상자와 프로듀서 등 음악산업 종사자로 구성된 미국 레코드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단이 후보와 수상자를 뽑는다. 하지만 미국의 3대 대중음악상 중 최고 권위를 자랑하지만 대중의 소비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년 연속 그래미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그래미가 보이그룹 자체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후보에 든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면서 “이는 방탄소년단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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