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같은 선수 있으면 편하겠죠?” QS 거뜬한 스윙맨, SSG 이태양의 헌신

입력 2022-04-11 14: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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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장점 아닐까요? 선발도 되고, 중간도 되잖아요. 코치님들 입장에서도 저 같은 선수가 있으면 좀 편할 것 같아요(웃음).”

지금까지 뛴 319경기에선 선발투수로 84경기에 나섰다. 태극마크까지 단 풀타임 선발투수였는데, 필승조로 뛰어도 꼭 맞는 옷을 입은 듯했다. 한화 이글스 시절이던 2018년에는 63경기에서 4승2패12홀드, 평균자책점(ERA) 2.84, 이닝당 출루허용(WHIP) 1.12로 맹활약하며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태양(32·SSG 랜더스)은 늘 팀이 필요로 한 곳에 있었다.


이태양의 역할은 지난해에도 중요했다. SSG의 사정이 좋지 않았다. 6월 들어 주축 선발투수인 문승원, 박종훈이 한꺼번에 팔꿈치 수술로 이탈했고, 외국인투수도 교체됐다. 갑자기 휑해진 선발진을 메워야만 했던 김원형 SSG 감독은 대체선발로 활약할 투수를 급히 찾았다. 과거 풀타임 선발 경험을 지닌 이태양이 적임자로 꼽혔다.


선발진에 공백이 생기기 전까지는 전문 불펜요원이었다. 하지만 노하우가 있었다. 이태양은 “갑작스럽게 선발투수로 나서야 했다. 가급적이면 적은 투구수로 긴 이닝을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졌다”고 떠올렸다. 이 기간 선발등판한 14경기에서 9이닝당 볼넷은 2.42개에 그쳤고, 효율적인 이닝당 투구수(15.1개·팀 내 1위)로 경기당 선발투수 이닝(5.1이닝·팀 내 2위)도 충족했다.


올 시즌에는 풀타임 선발에 다시 도전했다. 오원석, 최민준과 5선발 한 자리를 다퉜다. 그 중 이태양은 축적된 경험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 던지기가 목표였을 정도다. 그는 “이제는 언제든 스트라이크를 집어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볼을 던지는 연습을 했다. 그 덕분에 실투도 줄어든 것 같다”고 밝혔다.


결과는 금세 나타났다. 7일 수원 KT 위즈전에선 6이닝 4안타 1홈런 1실점을 기록했다. 볼넷은 단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직구, 슬라이더 위주로 투구하면서 커브, 포크볼을 적절하게 섞었다. 이태양은 지난해 KT를 상대한 6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 ERA 5.40, WHIP 1.80으로 약했다. 하지만 이날은 팀의 1075일만의 KT전 3연전 싹쓸이 승리에 앞장섰다(종전 2019년 4월 26~28일 수원). 경기 후 그는 “(김)광현이 형이 ‘KT를 잡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 한마디가 선수단에 미친 영향이 정말 컸다”고 말했다.


최근 SSG 선발진에는 김광현(34)이 합류했다. 선발로테이션 조정이 불가피하다. 김 감독은 당초 “김광현이 복귀하면 이태양이 불펜에 가기로 돼 있다”고 밝혔다. 이태양으로선 불과 1경기 만에 보직을 바꾸게 됐다. 하지만 “선발투수로 던지는 것도 당연히 좋지만, 이게 내 장점 아닐까. 선발도 되고, 중간도 된다”며 웃었다.


이태양은 또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선수라면 욕심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나는 어느 위치에서 잘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다”며 “코치님들 입장에서도 나와 같은 선수가 있으면 좀 편할 것 같다(웃음). 나는 주어진 자리에서, 어느 위치에서든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고 다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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