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같은 존재” 삼성 오선진의 팀플레이론, 이것이 선진야구 [베이스볼 피플]

입력 2022-04-13 1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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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선진. 스포츠동아DB

삼성 라이온즈는 개막 직후 주축선수들이 컨디션 난조로 대거 이탈하면서 위기에 처했다. 이 때 허삼영 삼성 감독은 베테랑 오선진(33)에게 유격수를 맡겼다. 한화 이글스 시절이던 2019년 유격수로 954.2이닝을 소화했지만, 지난 2년간은 365.1이닝만 소화한 까닭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그러나 허 감독의 결정은 과감했다. 이에 우려의 시선이 뒤따랐다.

오선진은 그 물음표를 서서히 지워가고 있다. 방법은 조금 다르다. 12일까지 8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타율 0.231(26타수 6안타), 1홈런, 5타점으로 아주 눈에 띄진 않는다. 그러나 수비와 작전수행 등 팀플레이에 집중하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12일 대구 한화전에선 결정적인 2점홈런을 터트리고, 안정된 수비까지 펼치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친정팀을 상대로 한풀이를 제대로 했다.

오선진은 지난해 6월 25일 이성곤과 맞트레이드돼 정든 한화를 떠나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프로에 데뷔한 2008년부터 단 한 번도 한화를 떠난 적이 없었기에 처음에는 트레이드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특히 삼성은 한화와 비교해 뎁스가 훨씬 두꺼웠고, 그만큼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었다. 또 지난해 트레이드 전까지 한화에서 단 한 차례도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터라 주전경쟁이 아닌 생존경쟁이 먼저였다.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았고, 스스로도 그만큼 위기의식을 느꼈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니 길이 보였다. 팀 사정에 맞게 주어진 역할을 받아들였다. 또 주어진 기회를 소중히 여겼다. 지난해 유격수로 111이닝을 소화했고, 플레이오프(PO)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려 생애 처음으로 가을야구 무대까지 밟았다. 한화 시절 유일하게 포스트시즌(PS)에 진출했던 2018년 준PO 엔트리에 들지 못한 아쉬움을 삼성에서 씻었다.

삼성 오선진. 스포츠동아DB


올 시즌 초반 삼성 유격수들 중 가장 많은 7경기를 소화한 것은 그간의 끊임없는 노력과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다. 초반에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쫓겨 실수를 연발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한결 여유를 찾았다. 삼성의 올 시즌 홈 첫 승에 기여하며 팬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허 감독은 김지찬, 이재현과 함께 오선진을 유격수 로테이션 멤버로 점찍었다.

오선진은 지금의 활약에 들뜨지 않는다. 그는 “내 역할은 타격보다 안정적인 수비를 하는 것”이라며 “최근 중요할 때 실책을 범한 까닭에 혼자 쫓기는 플레이를 한 것 같다. 부담은 느끼되 안정적인 수비를 할 수 있도록 경기에 집중하고, 어느 위치에서든 소금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팀을 승리로 이끄는 ‘선진야구’의 가치를 오선진이 보여주고 있다.

대구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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