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는 1만8000개?…‘대통령이 사람 쓰기’ 출간

입력 2022-04-27 17: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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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하나.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자리는 몇 개일까. 답부터 말하자면 ‘글쎄요, 대략’ 1만8천개 정도 된단다. ‘대략’이 들어가는 이유는 딱히 정해진 규정이나 원칙이 없기 때문이다. 심하게 말하면 ‘마구잡이식 인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정부부처, 이를테면 국무총리, 장·차관급이 140개 이상이다. 공공기관의 장·임원·감사 등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공공기관이 200개가 넘는다. 장관이 임명하지만 대통령 영향이 미치는 정부 부처 국·실장급 등 350개 이상이고, 고위공무원이나 부처 산하기관 임원 등 대통령실의 의중이 반영되는 곳이 1만8000개(추정)가 넘는다.


●대통령의 헤드헌팅의 속살


대통령은 인재를 어떻게 뽑을까? 어떻게 인재를 찾고, 어떤 절차를 밟을까. 모든 인재를 대통령 혼자 리쿠르팅하지는 않을 터. 언론에 심심치 않게 오르내리며 보이지 않게 대통령의 인사를 좌우하는 ‘실세’는 무엇일까. 끝없이 나오는 ‘정권의 인사 파열음’은 왜 나는 걸까. ‘구중궁궐’의 인사에 대한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알 수 없는, 그러나 알고 싶은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속 시원하게 알려줄 가이드북이 나왔다. ‘대통령의 사람 쓰기’(손국건 지음, SAYKOREA 펴냄)가 그것이다.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 인사 시스템을 분석한 ‘첫 번째 책’이다.

먼저 필자가 궁금하다.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기에 ‘탑 시크릿’일 법한 ‘대통령의 인사’를 속속들이 알고 있을까? 저자 손국건은 ‘노태우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약 10년간 청와대를 출입한 정치부 기자다. 정치부 기자만 30여 년이다. 취재하면서 전직 청와대 인사참모들로부터 깊숙한 얘기(?)와 자료를 받았다고 한다.


●대통령 인사의 A TO Z


‘대통령의 사람 쓰기’는 5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대통령은 어떻게 인재를 뽑는지를 탐구한다. 대통령의 헤드헌팅 과정과 절차 등을 알려준다. 대통령 인재채용의 ‘백락’인 인사수석이 일하는 법과 인재 검증이 칼자루를 쥔 민정수석의 인재 체크리스트 및 숨은 실세들 속으로 안내한다.

2부에서는 정권의 인사를 좌우한 두 가지 축인 시스템과 실세, 3부에서는 시스템 오작동을 불러오는 요인들에 대해 알려준다. 인사 때마다 검증 과정에서 시끄러운 잡음이 나오는 데 왜 그런지 물음표에 대한 답을 준다. 필자에 의하면 가장 큰 원인은 정권 실세들의 정실인사, 논공행상, 비선실세 등 시스템을 벗어난 인사 때문이란다. 시스템과 실세의 총성 없는 인사전쟁의 민낯을 정권별로 파헤친다.

4부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누가 국가의 주역이 될 것인지 예측, 분석한다. 민정수석 폐지 등 백악관을 롤모델로 한 ‘윤석열 정부’의 인사 실험이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무엇이며 ‘윤 정부’의 핵심 리쿠리팅 대상은 누구인지 예측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한국 현대사를 바꾼 대통령의 인사 하이라이트 10장면을 추려 소개한다. 박정희의 김정렴 발탁, 노태우의 박철언 중용, 김영삼의 이회창 등용, 김대중의 노무현 선택, 박근혜의 김기춘 맹신, 문재인과 조국 등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들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재미’다. 지루할 틈이 없다. 정치야사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그렇다고 모래알에 물 붓는 것처럼 후루룩 빠져나가는 것도 아니다. 책을 덮고 나면 ‘페퍼민트 향’이 퍼진다. ‘윤석열 정부’의 첫 고위 장관급 인사청문회 정국에 인재 채용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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