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도 눈도 황홀한 ‘살오른 장흥’ [김재범 기자의 투얼로지]

입력 2022-05-20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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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경사의 비탈길에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이 고즈넉한 동네 분위기와 어우러진 선학동. ‘키조개 동네’로 유명한 수문마을의 뽀얗고 부드러운 키조개 관자구이. 한우와 표고버섯 키조개 관자의 식감을 한꺼번에 즐기는 식도락의 극치인 장흥삼합.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gna.com

화창한 5월 떠나기 좋은 여행지

미식가들의 성지 ‘정남진토요시장’
한우·표고버섯·관자 삼합 엄지 척
통째 찌는 갑오징어 먹찜도 일품

소설가 이청준의 무대였던 선학동
마을 뒤덮은 화려한 유채꽃밭 장관
용산면 작약꽃밭 배경으로 ‘인생샷’
장흥은 천관산, 제암산을 등에 지고 너른 득량만을 품에 안아 산과 바다의 볼거리를 두루 갖추고 있다. 화창한 5월 여행으론 제격인 고장이다. 무엇보다 산과 바다에서 나는 다양한 특산물들이 음식 맛 좋다는 남도 지방 나들이 중에서도 특히 미식기행에 특화되어 있다. 장흥삼합 등의 먹거리에 입이 즐겁고, 선학동 수려한 경관에 눈도 행복한 장흥으로 ‘먹부림 여행’에 나섰다.


●‘한우·키조개·표고’ 어우러진 맛의 조화


장흥의 미식 테마 중 으뜸은 역시 장흥삼합이다. KBS ‘1박2일’에서 소개된 이후 전국적 유명세를 얻었다. 장흥은 경주, 횡성, 완주 등과 함께 소 사육으로 유명하다. 이런 특성을 살려 한우와 참나무서 재배한 표고버섯, 득량만 갯벌의 키조개 관자를 한데 먹는 음식이다. 소고기의 감칠맛과 키조개 관자의 부드러움, 표고버섯의 쫄깃함 등 세 가지 식감을 동시에 즐긴다. 재료에서 알 수 있듯 몸에 좋은 보양음식이기도 하다. 장흥읍 정남진토요시장에 전문 식당들이 모여 있다.

요즘 제철인 갑오징어도 ‘머스트 잇’ 아이템이다. 오징어보다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갑오징어의 회는 쫄깃하면서 부드러운 식감에 뒷맛으로 단맛이 느껴진다. 하지만 봄철 갑오징어를 먹는다면 속을 꺼내지 않고 먹물까지 통째로 찌는 먹찜을 먹어야 완성이다. 시커먼 외양과 달리 고소하면서 은은하게 간이 밴 맛이 일품이다.

장흥은 전국 생산의 84%를 차지하는 키조개 산지이기도 하다. 한승헌문학산책길 인근 안양면 수문마을이 ‘키조개 마을’로 특화되어 있다. 두툼하고 뽀얀 빛깔을 자랑하는 키조개 관자는 불판에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매콤한 회무침, 탕 등으로 다양하게 즐긴다.

한국 사람의 ‘소울푸드’인 국밥도 이곳서는 좀 특별하다. “국밥이 어디든 결국 거기서 거기아냐”라고 생각한다면 아침나절 정남진토요시장을 가보자. 전국에서 손꼽는 소 사육지답게 신선한 머릿고기와 선지가 들어가 깊은 풍미를 자랑하는 ‘인생국밥’을 만날 수 있다.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의 여유, 선학동

장흥군의 남쪽 끝 선학동 마을은 소설가 이청준과 빼놓을 수 없는 고장이다. 인근에 이청준의 생가가 있고,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의 원작인 그의 소설 ‘선학동 나그네’의 배경이기도 하다. 요즘은 마을을 뒤덮은 유채꽃이 장관을 이룬다. 완만한 경사의 비탈길에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밭은 마을 너머로 보이는 득량만 바다와 어우러져 보는 것만으로 힐링을 느끼게 한다.

풍광 좋은 곳이면 어디든 선점한 그 흔한 카페나 편의점도 하나 없고, 30여 가구만 고즈넉하게 모여 사는 동네의 정취가 정말 좋다. 유채꽃밭을 따라 난 산책길을 쉬엄쉬엄 걸으며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의 여유를 느껴볼 수 있다.

807m의 제암산은 기암괴석과 철쭉 평원으로 유명한 호남 명산이다. 정상에 임금 제(帝)자 모양의 3층 형태로 30m 높 바위가 우뚝 솟아 그런 이름이 붙었다. 등산 코스가 다양하고 어느 길이나 경치 보는 재미가 있어 산행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원래 이곳을 대표하는 볼거리는 4월 하순부터 5월 초까지 능선 가득 피는 진분홍빛 자생 철쭉군락이다. 사자산-간재3거리-곰재를 잇는 능선이 유명해 ‘철쭉평원’으로 이름이 붙어 있다. 아쉽게도 철쭉 만개 시기가 지나 지금 찾으면 기대했던 진홍빛 물결은 보기 어렵다.

하나 더. 용산면에서 화려한 자태로는 모란과 1, 2위를 다투는 작약꽃밭을 만났다. 정원에 관산용으로 몇 송이 키우는 경우는 있지만 넓은 공간에 군락을 이루어 핀 모습은 쉽게 만나기 어렵다. 뿌리를 약용으로 써서 작물로 재배하는 농가들이 있다. 이미 많은 곳은 꽃대를 잘라 냈지만 꽃을 아직 그대로 보존한 공간도 꽤 되어 여행 인생샷을 찍을 만하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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