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송강호 “거장 감독들의 페르소나? 평범한 외모 덕분이죠. 하하”

입력 2022-06-0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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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의 남자’ 배우 송강호가 영화 ‘브로커’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온 가족과 함께 간 칸 국제영화제는 잊지 못할 추억”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써브라임

한국배우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거머쥔 송강호
“좋은 영화를 만난 운이 좋은 배우일 뿐이에요.”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브로커’(제작 영화사 집)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배우 송강호(55)는 자신이 이룬 성과를 그저 “운”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는 모든 공을 ‘브로커’를 함께 한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돌렸다.


봉준호·박찬욱·이창동·김지운 감독 이어
이번엔 ‘브로커’로 고레에다 감독 러브콜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 김지운 등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들의 페르소나로 꼽히는 것은 물론 ‘브로커’를 통해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무한 신뢰까지 받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며 쑥스러워했다. “굳이 생각해 보자면 잘생기지 않은 외모 덕분이 아닌가”라고 입을 연 그는 “영화는 우리와 이웃의 삶을 표현하는 매체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님들이 평범한 외모를 가진 나를 찾아주는 게 아닌가 싶다. 훌륭한 예술가들의 동지로서 영화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겐 큰 축복이다”며 미소 지었다.


●“네 가족이 함께 한 잊지 못할 칸”

칸을 여덟 번이나 방문했지만 이번 칸 영화제는 더욱 뜻 깊다. 수상 때문만이 아니다. 처음으로 아내와 두 아이가 함께 했기 때문이다. 아들과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 그는 수상 수감에서도 가족을 향한 무한 사랑을 드러냈다.


한 번도 영화제 수상 위해 연기한 적 없어
남우주연상 기쁘지만 관객과 소통 더 중요


“딸은 아주 어릴 때 함께 칸에 데려 온 적이 있지만 아들과는 처음 함께 했어요. 축구선수로 활동했던 아들은 바쁜 훈련과 군대 등으로 같이 올 기회가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다들 시간이 맞아 네 가족이 처음으로 함께 칸에 갔죠. 누구나 가장 중요한 자리에서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이야기 하고 싶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하지만 칸 수상에 그 이상의 의미를 두려고 하진 않는다. “감사의 마음”만을 되새기려 한다. 지금까지 받았던 수많은 트로피와 함께 칸 트로피와 상장 역시 “진열”이 아닌 집 한 쪽에 “보관”만 할 뿐이다.

“단 한 번도 영화제 출품이나 수상을 위해 연기한 적이 없어요. 가장 중요한 건 관객과의 소통입니다. 소통의 과정 속에서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고 수상도 하게 되면 영광스럽고 기쁘지만 그것이 목표가 될 순 없습니다.”

스스로를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다”고 표현하며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멀리했다. 하지만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아이유가 진행하는 웹예능 토크쇼 ‘팔레트’에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내게 어울리지 않는 자리 같아서 겁나기도 했죠. 촬영하면서 아이유 씨를 보고 정말 놀랐어요. 현장에서 나이에 비해 삶을 보는 깊이 있는 시선을 가진 예사롭지 않은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팔레트’ 촬영에서도 너무 프로페셔널 하더라고요. 말도 정말 논리정연하게 재미있게 하더라고요.”

‘의형제’에 이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강동원에 대해서도 “길 잃은 사슴 같은 눈망울을 가진 배우”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동원 씨는 이제는 정말 제 막내 동생 같다. 톱스타임에도 정말 소탈한 친구고 사심 없이 모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영화 3편, 부담과 설렘 동시에”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는 배우들과 달리 1996년 첫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이후 지금까지 오직 ‘영화배우’로 활동해왔지만, 매체의 경계를 나누려는 마음은 전혀 없다. 많은 영화배우들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눈을 돌리는 지금 그도 “좋은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26년 간 영화배우 외길…“OTT도 관심 많아”
흥행 보증수표? 비결은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

“요즘 같은 세상에 영화와 OTT를 나누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건 관객들에게 좋은 작품을 소개하는 일이니까요. 좋은 작품이 제가 온다면 저 또한 OTT를 통해 관객을 만날 수 있어요.”

‘믿고 보는 배우’, ‘흥행 보증 수표’ 등 늘 자신을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큰 부담”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그런 부담을 극복할 수 있는 “비결 같은 건” 없다. 다만 “단거리 주자가 아니라 장거리 선수”라고 믿고 “일희일비 하지 않으려 노력할 뿐”이다.

올해는 특히 어깨가 무겁다. ‘브로커’에 이어 8월 개봉하는 ‘비상선언’, 그리고 올해 말 개봉하는 ‘1승’까지 세 편의 영화로 관객을 만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의도치 않게 촬영해놨던 영화 세 편을 한해에 선보이게 됐어요. 설레기도 하고 부담도 됩니다. 다만 지금 ‘범죄도시2’로 인해서 극장이 살아나고 관객도 다시 한국영화를 찾아주시는 것 같아 너무 너무 반갑고 기뻐요. 모든 한국영화가 다시 기력을 찾기를 바랍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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