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이태양. 스포츠동아DB
단기간 2차례의 보직 변화는 투구리듬을 깰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러나 이태양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 묵묵히 변화를 받아들였다. 오히려 “두 보직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게 내 장점이다. 감독, 코치님들도 나 같은 선수가 있으면 편하지 않겠나”라며 부담을 오히려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감이 통했다. 5월 4일 인천 한화 이글스전부터 이달 8일 창원 NC 다이노스전까지 꾸준히 선발로테이션을 돌며 2승(2패·ERA 3.12)을 수확했다. 등판을 거듭할수록 벤치의 믿음도 커졌다. 지난해 중반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재활에 몰두했던 문승원이 최근 실전등판에서 직구 최고구속 149㎞를 찍는 등 선발진에 희망요소가 가득한 상황에서 이태양의 활약은 그야말로 ‘행복한 고민’이다.
내용을 뜯어보면 불운하기도 하다. 선발로 돌아온 5월 4일부터 7경기에서 4차례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작성하고도 2승만을 챙겼기 때문이다. 이 기간 승리요건을 갖추고도 불펜의 난조로 승수를 쌓지 못한 경기도 3게임에 달한다. 그러다 보니 SSG 구단 관계자조차 “(이)태양이에게 운이 안 따른다”고 안타까워할 정도다.
그러나 흐름 자체는 ‘커리어 하이’를 언급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좋다. 이태양이 규정이닝을 채운 시즌은 한화 시절인 2014년이 유일하다. 팀당 128경기 체제였던 그해 선발로만 26경기에서 143.1이닝(구원 4경기·9.2이닝)을 소화하며 7승10패, ERA 5.29를 기록했다. 선발로 소화한 이닝도 평균적으로 약 5.2이닝이었다. 올해는 선발등판한 8경기에서만 총 46.1이닝을 던져 평균 6이닝을 살짝 밑돌 정도로 페이스가 더 좋다.
시속 140㎞대 중반의 직구와 포크볼의 메인 메뉴에 슬라이더와 커브의 완성도까지 높이며 유리하게 수싸움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 과거에 비해 가장 큰 차이다. 완급조절능력의 향상은 긴 이닝을 끌고 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올 시즌 선발등판한 전 경기에서 5이닝, 5경기에서 6이닝 이상을 소화한 게 그 증거다.
창원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