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갈 10년, 20년 위한 항로 설정…파도 견디며 구축한 롯데만의 ‘틀’

입력 2022-06-2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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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뛸 자리를 찾지 못한 선수가 부지기수였다. 1군 주전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 어렵거나 성장이 더딘 선수들로 2군은 넘쳐났다. 신인급 선수들은 기량을 채 꽃 피우지 못한 채 팀을 떠났다. 동기부여를 얻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지난 이야기다. 세대교체와 경쟁구도를 자연스럽게 형성하는 시스템, 즉 ‘틀’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당장 1, 2년이 아닌 10년, 20년, 그 이상을 내다봤다.


●황성빈부터 나승엽, 손성빈 그 후까지


30여 년간 굳어진 틀을 깨야 했다. 롯데는 2019년 9월부터 이듬해 초에 걸쳐 큰 변화를 시도했다.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 등 여러 지도자가 바뀌었고, 새로 부임한 구단 수뇌부는 장기 플랜 구상에 들어갔다. 선순환을 위해 필요한 것들 중 하나는 엔트리 정돈작업이었다.

그 중 선수들의 입대 형태나 시기를 정하는 것이 중요했다. 국제대회로 병역 혜택을 받는 선수는 드물다. 대부분 국군체육부대(상무) 또는 현역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롯데는 전역 후 엔트리 구성에 도움이 될 재목의 입대시기를 신속하되 신중히 판단하기 시작했다.

2020년 입단 직후 입대해 올해 1군 선수로 거듭난 황성빈이 한 예다. 병역의무를 이행한 뒤 찾아오는 심리적 안정감이 컸다. 황성빈은 “이전에는 1군 엔트리에 드는 게 목표였지만, 1군에 온 뒤로는 욕심이 더 생긴다”고 말했다.

현재 롯데의 군 보류 선수는 19명이다. 모두 장기 계획에 포함돼 있는 재목이다. 나승엽, 손성빈 등 상위 라운드에 지명한 선수들이 복귀하면 현재 1군에서 뛰는 신인급 선수들이 입대해 포지션 중복을 막는 엔트리 운영이 가능하다. 박현우 롯데 육성·스카우트 총괄은 “예전에는 포지션이 겹쳐 1군에 못 올라가는 선수가 많았다. 입대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제는 중복 기용이 없다. 전역한 선수들이 돌아올 쯤에는 지금 신인급 선수들이 입대하는 선순환을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틀이 그대로라면 흔들리지 않는다!


지난 3년간 1군에선 여러 지도자가 들락날락했다. 하지만 변수에도 항로가 틀어진 적은 없었다. 2019년(101억8300만 원) 대비 올해 전체 연봉 규모는 59억 원으로 줄었어도 안치홍, 전준우, 정훈, 이대호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는 등 핵심선수들에게 투자는 아끼지 않았다. 효율적으로 1군 선수단의 중심을 유지하는 동시에 2군에선 신인급 선수들이 뛸 기회를 늘려 성장을 도모했다.

김동한 롯데 퓨처스(2군)팀 수비코치는 “내 선수 시절을 떠올려보면, 지금 어린 선수들이 자주 뛰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선수는 뛰는 만큼 야구가 느는데, 하루가 달리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 총괄은 “이제는 롯데만의 확고한 틀이 있다. 구성원이 달라진다고 해도 처음 설정한 방향성만큼은 지켜오고 있다. 예컨대 예전의 롯데는 감독이나 코치가 바뀌면, 2~3년마다 늘 새롭게 시작해야 했다. 누적된 시간과 반대로 방향성은 매번 달라진 것”이라며 “지금의 롯데는 개인의 철학이 아닌 구단 전체가 설정한 방향성대로 가고 있다”고 자부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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