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주현vs김호영 ‘옥장판 고소전’→1세대 뮤지컬 배우들 “비탄의 마음”[종합]

입력 2022-06-23 08: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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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계가 들썩인다. 배우 김호영이 쏘아올린 SNS 게시물 하나가, 옥주현의 고소로 이어졌다. 더욱이 이번 사태은 1세대 뮤지컬 배우들의 성명문 릴레이로 번지기 시작하면서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뮤지컬 업계의 전반적인 사안으로 떠올랐다.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기념 공연 캐스팅 라인업이 공개된 후, 김호영이 자신의 SNS에 게재한 글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었다. 김호영은 지난 14일 옥장판 사진과 함께 ‘아사리판은 옛말이다. 지금은 옥장판’이라는 글을 게재했고, 이에 옥주현의 별명인 ‘옥장판’을 언급하며 ‘엘리자벳’ 캐스팅에 불만을 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호영은 SNS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해당 게시물이 화제가 되자 ‘엘리자벳’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공식입장문을 통해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기념 공연은 2022 EMK 프로덕션 오디션(2021년 12월 8일 공고)을 통해 엄홍현 프로듀서, 로버트 요한슨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을 포함해 국내 최고의 스태프와 함께 치뤄진 강도높은 단계별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새로운 배우들과 지난 시즌 출연자를 포함하여 VBW 원작사의 최종 승인을 통해 선발된 배우들로 캐스팅됐다. 라이선스 뮤지컬의 특성상, 뮤지컬 ‘엘리자벳’ 캐스팅은 주·조연 배우를 포함해 앙상블 배우까지 모두 원작사의 최종 승인이 없이는 불가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옥주현도 입을 열었다. 그는 “뮤지컬 ‘엘리자벳’ 캐스팅 관련해 억측과 추측에 대한 해명은 내가 해야 할 몫이 아니다. 수백억 원 프로젝트가 돌아가는 모든 권한은 그 주인 몫이니 해도 제작사에서 할 거다. 난 무례한 억측 추측을 난무하게 한 원인 제공자들 그 이후의 기사들에 대해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 사실 관계 없이 ‘주둥이’(입)와 손가락을 놀린 자는 혼나야지. 해당 업무를 맡고 계신 쪽에서 (문제가 된 글을) 이틀간 캡처 수집해놨다. 다양한 글의 소유주들 서둘러 지우고 명의 바꾸는 수고는 하지 않으셔도 된다”라고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옥주현은 바로 ‘고소’를 실행에 옮겼다. 옥주현은 지난 20일 서울 성동경찰서를 통해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캐스팅을 둘러싼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고소했다. 해당 고소장에는 김호영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옥주현의 고소와 관련해 김호영의 소속사는 22일 “김호영이 14일 자신 SNS 계정에 개인적인 내용을 업로드한 일에 있어 이와 관련해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내용으로 최초 보도됐고, 이후 무수한 매체에서 추측성 기사를 연이어 보도했다. 이후 옥주현 씨 역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내용으로만 상황 판단을 했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없다. 당사 및 김호영에게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이로 인해 배우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에 있어 유감스럽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뮤지컬계 전체로 퍼지기 시작했다..


지난 22일 오후 1세대 뮤지컬배우로 칭해지는 남경주, 최정원, 박칼린은 ‘모든 뮤지컬인들께 드리는 호소의 말씀’이라는 성명문을 통해 입장을 전했다.

이들은 “최근 일어난 뮤지컬계의 고소 사건에 대해, 뮤지컬을 사랑하고 종사하는 배우, 스태프, 제작사 등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저희는 뮤지컬 1세대의 배우들로서 더욱 비탄의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배우는 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뿐 캐스팅 등 제작사 고유 권한을 침범하면 안 된다. 배우들의 소리를 듣되, 몇몇 배우의 편의를 위해 작품이 흘러가지 않는 중심을 잡아야한다”라며 “제작사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와 배우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며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지금의 이 사태는 이 정도가 깨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태에 이르기까지 방관해 온 우리 선배들의 책임을 통감한다”라며 “우리 선배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수십 년간 이어온 뮤지컬 무대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 더 이상 지켜만 보지 않겠다. 뮤지컬을 행하는 모든 과정 안에서 불공정함과 불이익이 있다면 그것을 직시하고 올바로 바뀔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성명문을 발표한 이후 김소현, 최재림, 정선아, 최유하, 차지연 등 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해당 글을 자신의 SNS에 업로드하며 동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많은 뮤지컬 업계 관계자들이 ‘좋아요’를 누르며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더하고 있다.


●이하 남경주, 최정원, 박칼린 입장 전문

최근 일어난 뮤지컬계의 고소 사건에 대해, 뮤지컬을 사랑하고 종사하는 배우, 스태프, 제작사 등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는 뮤지컬 1세대의 배우들로서 더욱 비탄의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라는 큰 재앙 속에서도 우리는 공연 예술의 명맥이 끊기지 않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 유지해왔고 이제 더 큰 빛을 발해야 할 시기이기에, 이러한 상황을 저희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습니다.

한 뮤지컬이 관객분들과 온전히 만날 수 있기까지 우리는 수많은 과정을 함께 만들어 가게 됩니다.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모두는 각자 자기 위치와 업무에서 지켜야 할 정도가 있습니다.

1. 배우는 모든 크리에이티브팀의 컨셉을 무대 위에서 제대로 펼쳐내기 위해서 오로지 자신의 역량을 갈고 닦아야 합니다. 뮤지컬의 핵심은 무대 위에서 펼치는 배우 간의 앙상블이기 때문에 동료 배우를 사랑하고, 존중해야 하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배우는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찬사를 대표로 받는 사람들이므로 무대 뒤 스태프들을 존중해야 합니다. 배우는 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뿐 캐스팅 등 제작사 고유 권한을 침범하면 안 됩니다.

2. 스태프는 각자 자신의 파트에서 배우가 공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연습 진행은 물론 무대 운영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배우들의 소리를 듣되, 몇몇 배우의 편의를 위해 작품이 흘러가지 않는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또한 모든 배우들을 평등하게 대하고,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 위에 홀로 선 배우들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3. 제작사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와 배우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며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해서는 안 됩니다. 공연 환경이 몇몇 특정인 뿐 아니라, 참여하는 모든 스태프 배우에게 공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참여하는 모두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하기 위해 가장 선봉에 서서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의 이 사태는 이 정도가 깨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태에 이르기까지 방관해 온 우리 선배들의 책임을 통감합니다.

우리 선배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수십 년간 이어온 뮤지컬 무대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 더 이상 지켜만 보지 않겠습니다. 뮤지컬을 행하는 모든 과정 안에서 불공정함과 불이익이 있다면 그것을 직시하고 올바로 바뀔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겠습니다.

뮤지컬의 정도를 위해 모든 뮤지컬인들이 동참해 주시길 소망합니다. 우리 스스로 자정노력이 있을 때만이 우리는 좋은 무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랑스럽고 멋진 무대를 관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뮤지컬 배우 남경주, 최정원, 배우, 연출 및 음악감독 박칼린 올림.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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