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부→1부’ 김범수처럼 ‘무한도전’은 아름답다! [스토리사커]

입력 2022-07-05 16: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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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김범수.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축구에서 대기만성의 대표적 사례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제이미 바디(35·레스터시티)가 첫 손에 꼽힌다. 공장일과 함께 하던 주급 5만 원의 8부리그 선수가 늦깎이 1부리그 데뷔와 EPL 우승, 득점왕, 국가대표 발탁까지 이뤄낸 동화 같은 이야기는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무명의 성공신화가 먹히는 이유는 역경을 뚫고 꿈을 이루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마침내 목표를 이룬다는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강렬한 교훈을 담고 있다.

K리그에도 이런 사례는 적지 않다. 2002한·일월드컵 스타 이을용(47)을 빼놓을 수 없다. 실업팀 한국철도공사에서 뛰다가 상무를 거쳐 부천 SK(현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했고, 이후 2차례 월드컵에 출전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이랜드 푸마에서 성인무대를 시작한 뒤 수원 삼성의 창단 멤버(1995년)로 옮겨 승승장구한 박건하(51), 실업팀 할렐루야에서 뛰다가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어 태극마크까지 단 진순진(48) 등도 구미를 당길 만한 스토리를 지녔다. 현 국가대표팀에선 박지수(28·김천 상무)가 눈에 띈다.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했지만 1경기도 뛰지 못한 채 방출됐고, K3리그 의정부FC에서 재기에 성공하며 최고 수비수로 성장했다.

또 한 명의 무명신화가 꿈틀댄다. 제주 공격수 김범수(22)다. 밑바닥인 7부리그에서 최상위인 K리그1(1부)까지 오르며 주목을 받은 데 이어 데뷔골까지 터뜨려 장안의 화제다.

그는 고교 졸업 후 갈 곳이 없었다. 결국 일반 사병으로 육군에 입대했고, 제대 후에도 축구를 포기할 수 없었다. 동두천 ONETEAM(K5)과 TDC(K7)에서 활동하다가 지난해 여름 서울중랑축구단(K4)으로 옮겼다. 그리고 지난달 전격적으로 제주 유니폼을 입었다. 올 시즌 K리그1·2 등록선수들 중 동호인(K5~K7) 출신은 김범수가 유일하다. 다소 왜소한 체격(174㎝·64㎏)이지만, 드리블 돌파와 공간침투에 능하고 결정력까지 갖춰 남기일 제주 감독의 축구 스타일에 잘 어울린다는 평가다.

지난달 21일 K리그1 17라운드 대구FC전을 통해 데뷔전을 치르자 그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2일 FC서울과 19라운드 홈경기에선 데뷔골을 넣었다. 출전 3경기 만에 뽑은 인생 골이었다. 그는 5일 구단을 통해 “데뷔 후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줬는데, 데뷔골을 이렇게 빨리 넣을 줄 몰랐다. 이제 시작이다”고 밝혔다.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됐다. ‘한국판 제이미 바디’란 평가가 쏟아졌다. 그는 “그 선수와 비교를 할 순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하다. 그 선수처럼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스스로 늘 강조해온 것은 ‘할 수 있다’와 ‘죽을 각오’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또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자세가 성공 스토리의 초석이었다.

이미 아마추어선수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김범수도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안다. 그는 “기죽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라. 그리고 멀리보라”며 프로를 꿈꾸는 도전자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해피 엔딩이 될지, 아니면 반짝 스타로 끝날지는 모르는 일이다. 다만 초심을 잃지 않고, 무한도전을 이어간다면 바디처럼 성공할 것이다. 김범수의 도전을 응원한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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