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노진혁. 스포츠동아DB
NC 다이노스 유격수 노진혁(33)은 올 시즌 전반기 내내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데뷔 후 처음 찬 주장 완장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나마 괜찮았던 5월 월간 타율도 0.254(67타수 17안타)에 불과했다. 설상가상으로 허리 부상까지 겹쳐 15일간(6월 4~18일) 자리를 비웠고, 타격감을 회복하는가 싶다가도 이내 슬럼프에 빠졌다. 팀이 하위권을 맴도는 가운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국 0.243(181타수 44안타), 5홈런, 28타점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지난 5년간(2017~2021년)의 타율(0.277)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이었다.
그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다. 노력하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을 상기했다. 올스타 휴식기에도 쉬지 않고 연구했다. 특히 올스타전에 출전한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의 홈런 레이스를 주목했다. 부드러운 타격폼에 장타력까지 갖춘 이대호는 많은 타자들의 롤 모델이다. 베테랑 축에 속하는 노진혁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이대호 선배가 홈런 레이스 때 상체를 세우고 치는 모습을 보고 나도 그렇게 치기 시작했는데, 몇 경기 치르다 보니 적응이 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마음의 짐도 덜었다. 강인권 감독대행과 면담을 통해 주장직을 내려놓았다. 완장을 이어받은 이는 경험이 풍부한 선배 양의지였다. 걱정거리가 사라졌다. 그 결과는 10일까지 후반기 14경기에서 타율 0.455(55타수 25안타), 13타점의 맹타로 이어졌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와 함께 후반기 최다안타 2위다. NC도 노진혁의 활약을 앞세워 후반기 승률 2위(0.692·9승1무4패)를 질주 중이다.
강 대행은 “노진혁이 초반에 워낙 안 맞았다”며 “이제 본인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올스타 휴식기를 통해 본인의 예전 타격 영상 등을 찾아보면서 연구한 것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후반기 들어 박민우, 박건우, 손아섭, 닉 마티니, 양의지 등 NC 핵심타자들은 나란히 좋은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이들 5명만 터져도 상대 배터리로선 여간 머리가 아픈 게 아니다. 여기에 노진혁까지 지금과 같은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개막에 앞서 꿈꿨던 ‘활화산 타선’ 구축도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을 살려나갈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노진혁의 의지 또한 강하다. 그는 “타자들이 전체적으로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고, 다들 질 것 같지 않은 경기를 하고 있다”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5위는 힘들겠다고 생각했지만, 분위기가 좋다 보니 다들 ‘할 수 있다’며 힘을 내고 있다. 계속 잘해보고 싶다”고 굳게 다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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