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이미지 훼손” “표현의 자유”… ‘수리남’ 갑론을박

입력 2022-09-1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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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왼쪽)와 황정민이 주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이 수리남 정부로부터 “국가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수리남서 활동한 한국인 마약왕 다뤄
현지 정부, 제작사에 법적 대응 시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이 글로벌 인기를 높여가는 가운데 극중 배경이 된 남미 국가 수리남의 실제 이미지와 관련한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수리남 정부가 현지에서 활동한 한국인 마약왕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가 자국의 이미지를 실추 ·왜곡시켰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수리남 정부는 ‘수리남’ 제작사에 대한 법적 대응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에 표현의 자유와 그 한계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알버트 람딘 수리남 외교·국제 비즈니스 국제협력 장관은 ‘수리남’이 “부정적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해 온 수리남을 마약국가로 묘사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에 항의하고 제작사에 대한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넷플릭스와 제작사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새삼 일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배경을 가상 국가로 설정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한 것은 국가적 결례다”는 의견과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니만큼 문제 될 것 없다”는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수리남 현지 국민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드라마 이야기가 곧 우리의 현실”이라는 일부 수리남 누리꾼의 반응 속에 글로벌 영화 DB사이트 IMDb에는 “드라마가 수리남을 나쁜 국가로만 묘사했다. 수리남 국민으로서 두고 볼 수만은 없다” 등 주장도 오른다.

논란에 대해 드라마업계는 “창작물은 창작물로서 바라봐야 한다”면서 콘텐츠의 양적·질적 발전을 위해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18일 “‘수리남’은 현재가 아닌 1980∼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만큼 현재 수리남의 지적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케이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면서 표현의 방식과 관련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 평론가는 18일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제3세계나 약소국은 미디어가 만든 이미지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관련 표현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05년 미국 공포영화 ‘호스텔’이 슬로바키아 여행객을 살인하고 고문한 범죄조직 이야기를 다룬 이후 슬로바키아 정부가 자국 관광사업이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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