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빅스텝’ 또 밟았다…대출자들 초비상”

입력 2022-10-13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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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기준금리를 한번에 0.5%p 인상하는 올해 두 번째 빅스텝을 단행한 가운데,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 가중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 | 뉴시스

기준금리 연 3% 시대 도래

올해만 다섯 차례 인상 ‘사상 최초’
9월 물가지수, 전년동월비 5.6%↑
한미 금리역전, 물가 상승에 큰 영향
집값 급등에 대출한 2030 우려 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기준금리를 한번에 0.5%p 인상하는 올해 두 번째 ‘빅스텝’을 단행한 가운데, 서민들의 대출 이자 상환 부담 등 후폭풍이 점쳐진다.


●아직도 심각한 인플레이션 영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3.00%로 0.5%p 인상했다. 3%대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이다. 한국은행의 빅스텝은 7월에 이어 두 번째로, 1999년 기준금리가 도입된 이후 한 차례도 없다가 올해만 두 번째 단행이다. 게다가 4·5·7·8월에 이은 다섯 차례 연속 인상도 한국은행 사상 최초 기록이다.

한국은행이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한 데에는 무엇보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아직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으로 전년 동월 대비 5.6% 상승했다. 8월 상승률인 5.7%보다 0.1%p 하락한 수치지만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의 약 3배에 달한다. 여기에 10월의 경우, 겨울철을 앞두고 난방수요가 늘어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 등 물가 상승 가능성이 큰 것도 영향을 미쳤다.

또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격차가 점차 커지는 것도 빅스텝의 중요한 배경이 됐다. 한·미 금리의 역전차가 커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본이 대거 유출되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환율 급등으로 인해 수입 물가가 오르고,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도 문제다.

이날 빅스텝으로 일단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3.00∼3.25%)와의 격차는 상단이 0.25%p 좁혀졌다. 하지만 연준이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0.75%p 올리는 4연속 자이언트스텝을 예고하고 있어, 연내 한·미 기준금리 금리 차이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출자 이자 상환 부담 커질 듯

이런 상황에서 상환능력 이상으로 대출을 끌어다 쓴 대출자들의 대출 이자 상환 부담 등 후폭풍이 점쳐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25%p 올리는 베이비스텝 시 가계가 부담하는 연간 이자는 약 3조2000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출자 1인당 더 내야 하는 이자는 연간 약 16만1000원 정도다. 이를 빅스텝에 적용하면 2배의 수치가 나온다.

특히 집값 급등 상황에서 무리한 대출을 받아 막차를 탄 2030세대들이 집중 매수에 나섰던 서울 외곽지역과 수도권 지역에서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매물 출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형(혼합형) 금리는 4.89∼7.176%로 상단 기준 7%를 넘어섰고, 변동금리형도 4.40∼6.848%다. 한국은행의 빅스텝 등 기준금리 추가 인상분이 반영될 경우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는 연 8% 선을 상회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미국 연준 FOMC의 금리 인상에 발맞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된다는 점이고, 시장의 관심은 벌써부터 11월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에 쏠리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 1분기까지는 5∼6%대 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물가가 5%를 상회하는 수준이면 원인이 수요이든 공급이든 경기 희생을 하든 관계없이 물가 중심으로 경제 정책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11월 인상폭은 금통위원 간에도 이견이 많고 미국 연준이 11월 FOMC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발표를 앞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지금 당장이 아닌 앞으로 결정해 나가겠다”며 인상 폭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유보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0.40p(0.47%) 오른 2202.47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2.17p(0.32%) 오른 671.67에 거래를 종료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0.3원 하락한 1424.9원에 마감했다. 이미 증시에 한국은행의 빅스텝이 선반영됐고, 오히려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반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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