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가 옳았다! ‘우리 스타일’ 가나전도 그대로 [남장현의 사바-할 카이르]

입력 2022-11-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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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바-할 카이르’는 아랍어로 ‘좋은 아침’을 뜻합니다!

한국축구는 2022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의 부푼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24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우루과이와 대회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0-0으로 비겨 소중한 승점 1을 수확한 덕분이다.

우루과이는 에딘손 카바니(발렌시아), 루이스 수아레스(나시오날), 디에고 고딘(벨레스 사르스필드) 등 공수의 핵심들이 다소 나이가 많다는 점을 제외하면 신구의 조화가 굉장히 잘 이뤄진 팀으로 평가받았다. 16강에 오르려면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는데, 여러 면에서 우루과이는 몹시 껄끄러운 상대였다. 열세가 예상됐다. 결국 수비에 집중하다 역습을 노리는 익숙한 패턴이 반복되리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뜻밖의 상황이 연출됐다. 전반 20여분을 지배한 것은 한국이었다. 초반 흐름을 주도하면서 상대를 부담스럽게 했다. 경기 후 축구국가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53·포르투갈)은 “우리 선수들이 역량을 보여줬다. 경쟁력을 확인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과거 월드컵처럼 마냥 웅크리고 있지 않았다. 돌파해야 할 때, 전개할 때, 주변과 볼을 돌리며 숨고르기를 할 때를 태극전사들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타이밍을 지배한 대표팀은 경기를 원하는 대로 끌고 갈 수 있었다. 우루과이가 2차례 골대를 맞히는 등 운이 따라주지 않은 점을 고려해도 경기력은 대등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선전의 이유는 분명했다. 분명하고 뚜렷한 ‘우리 스타일’을 지켰기 때문이다. 좋은 전략을 마련하고도 막상 본 무대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번번이 고개를 숙이던 대표팀이 과거와 확실한 이별한 것이다.

2018러시아월드컵 이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우리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그 결과물이 ▲후방 빌드업 ▲전방위 압박 ▲빠른 공수 전개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과 평가전, 월드컵 예선을 거치며 완성도가 높아졌다. 이재성(30·마인츠)은 “4년의 준비가 좋은 경기의 밑거름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여기에 한국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 투혼이 더해졌다. 대회 직전 안와골절로 수술까지 받은 주장 손흥민(30·토트넘)은 안면보호 마스크를 착용한 채 풀타임을 소화하며 건재를 알렸고, 김민재(26·나폴리)는 종아리 부상 우려에도 금세 털고 일어나 동료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은 28일 같은 장소에서 아프리카의 강호 가나를 만난다.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2-3으로 져 한국전에 배수의 진을 친 데다, 아프리카 특유의 탄력과 개인기를 갖춰 우리로서도 쉽지 않은 경기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플랜B를 떠올릴 필요도 없다. ‘우리 스타일’을 고수하되, 경기 흐름에 따라 교체카드 등으로 조정하면 된다. 선수들은 코칭스태프의 철학과 방향을 굳게 신뢰한다.

가나는 화력이 매섭지만 뒷문이 헐겁다. 언제든 기회는 온다. 급한 쪽은 가나다. 게다가 ‘벤투호’는 귀화선수가 많은 가나의 모든 정보를 입수해 철저히 분석한 반면 상대는 한국을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무서워하고 조급해할 이유가 전혀 없는 2차전이다.

도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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