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 “‘다음 소희’는 나오지 않기를” 눈물 펑펑 [인터뷰]

입력 2023-02-03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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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배두나는 저예산 독립영화인 ‘다음소희’를 주연한 이유에 대해 “좋은 이야기라면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내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라고 밝혔다. 사진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칸 영화제 초청 영화 ‘다음 소희’ 주연 배두나

심한 인격모독 견디다 목숨 끊은
콜센터 실습 여고생 사건 모티브
부조리한 현실 파헤치는 형사역
더 이상 ‘다음 소희’ 나오지 말아야
“다음 소희는 없어야 해요!”

배두나(44)의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이는 단순한 자부심이 아니라 자성과 다짐의 처절한 외침이다. 그는 주연한 영화 ‘다음 소희’(제작 트윈플러스파트너스)의 연출자 정주리 감독에게도 “해외 영화제에 많이 출품해서 (내용을)더 많이 알려라”고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그는 정 감독의 출연 제의를 받고 단박에 “좋은 영화”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를 입증하듯 영화는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등 각종 해외 영화제에서 초청돼 극찬 받았다.

영화는 2017년 전주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모티브 삼아 기업 콜센터 현장실습생인 특성화고 여고생 소희의 아픔을 그렸다. 극중 배두나는 사건을 추적하며 소희와 같은 아이들이 겪는 부조리한 현실을 들여다보는 형사를 연기했다.

8일 개봉을 앞두고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배두나는 “더 이상 이 사회에 소희 같은 친구들이 나오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함께 했다. 절대 ‘다음 소희’는 없어야 한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도 소희와 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들이 있는 게 현실”이라며 “그 친구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잘 버텨주고 있어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영화의 규모보다 중요한 건…”

그는 정 감독의 데뷔작 ‘도희야’부터 지난해 ‘브로커’, 드라마 ‘비밀의 숲’ 등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했다. 공통적으로 형사 역을 맡은 것도 흥미롭다. 그는 “이번 영화로 (형사 연기에) 쐐기를 박은 느낌”이라고 장난스럽게 웃어 보이면서도 “형사는 단순히 직업일 뿐이다. 어떤 인물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통 이런 형사캐릭터는 바른말을 하거나 연출자가 가진 작품의 메시지를 대변해요. 어릴 때부터 전 이런 ‘관찰자’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어요. 제게 들어오는 작품 중 결국 제가 좋아 택하게 된 작품들이 그런 시선을 가진 인물들이 많아요.”

제작비 10억, 손익분기점 30만 명인 영화는 저예산 독립영화로 분류된다. 배두나는 제작과정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중단되지 않고, 무사히 완성하기 위해서는 “꺾이지 않는 마음이 가장 중요했다”고 돌이켰다. “좋은 이야기라면 영화의 규모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보다 많은 대중이 좋아하는 상업영화와 작은 영화, 드라마까지 오가며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해외에서 촬영하는 작품은 오히려 재미를 가장 강조하는 블록버스터가 많았어요. 소규모 영화만 고집하거나 반대로 박스오피스 성적을 위해서 큰 규모의 영화만 주야장천하고 싶진 않아요. 그 어떤 영화라도 제 맘을 움직인다면 택하게 돼요.”


●“배우의 삶, 너무 행복해”

배두나는 정주리 감독은 물론 봉준호,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감독들의 초기작에 함께한 후 꾸준히 그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는 이들 감독들의 공통점을 “고지식함”이라고 했다.

“제가 고지식하거든요. 그래서인지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좋아요. 하하. 나쁜 뜻이 아니라 창작자로서 자신이 (작품을 통해)하고 싶은 말은 하고야 마는 사람들이란 뜻이에요. 그리고 인간에 대한 연민을 가진 착한 사람들이죠.”

1999년 KBS 드라마 ‘학교’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여전히 “내 직업 배우”가 너무 좋다 말한다. 영화계에 20년이 넘게 “버티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나 기특하다”고도 했다.

“아직도 ‘배두나 배우 촬영 시작할게요!’라는 말을 듣고 자리에서 탁 일어나서 세트에 걸어 들어가는 내 모습을 볼 때마다 ‘와! 나 너무 멋있어!’라고 생각해요. 하하. 영화를 통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고 또 캐릭터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대신 전할 수 있는 건 정말 멋진 일이잖아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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