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PD들이 OTT로 간 까닭은?

입력 2023-03-15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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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국가수사본부’(왼쪽부터) 등 OTT 다큐멘터리들이 파격적인 소재와 방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웨이브

‘나는 신이다’ ‘국가수사본부’ 등 다큐 제작 붐

넉넉한 제작비·긴 제작기간 장점
심의 막혔던 주제도 다룰 수 있어
소재나 수위·표현 훨씬 자유로워
SBS·MBC선 OTT팀 협업 확대
‘다큐멘터리 붐’이 일고 있다. 국내 사이비종교의 민낯을 파헤친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나는 신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심층적으로 다룬 웨이브 ‘국가수사본부’ 등이 충격적인 폭로와 적나라한 묘사 등으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표현 수위에 제약이 많은 방송 프로그램과 달리 자유로운 주제 선택과 표현 등 연출법에 제한이 없는 OTT 공개는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사실적 표현으로 모방 범죄 우려와 선정성 논란에 대한 비난의 시선도 제기되고 있다.


●도전적인 소재도 가능해져


‘나는 신이다’는 정명석이 성범죄를 저지르는 현장을 녹음한 음성파일, 여성 신도들의 나체 사진 등을 공개했고, 전국 곳곳의 경찰청 풍경을 담은 ‘국가수사본부’는 살인 등 강력범죄 사건 현장과 과정을 세세하게 그려 사회적 파장을 키웠다.

‘나는 신이다’의 김진만 총괄프로듀서(EP)는 14일 “OTT로는 그동안 방송 심의에 막혔던 주제를 창의적으로 풀 수 있다“고 밝혔다. 콘텐츠가 방송법이 아닌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적용돼 소재나 수위 표현이 기존 방송에 비해 자유롭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수위가 높고, 2차 피해나 모방 범죄 등을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하지만 각 제작진은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강조했다. ‘나는 신이다’의 조성현 MBC PD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피해 사실을 명백하기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강조했고, ‘국가수사본부’의 배정훈 SBS PD는 “수사 및 검거 현장에서 일어나는 형사들의 고민과 노력을 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큐멘터리들이 OTT 주 이용자인 젊은 세대의 관심을 이끄는데 성공하면서 관련 변화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SBS, MBC 등은 OTT팀을 따로 꾸려 PD들에게 협업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김 EP는 “방송사에서 장기간 쌓은 아카이브를 OTT 포맷으로 활용한 최근 사례들이 시사·교양 분야에서는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라고 말했다.


●“긴 시간 할애해 완성도 높여”


제작진은 넉넉한 제작비 규모와 제작기간을 OTT의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국가수사본부’의 배정훈 PD는 “지난해 3월 기획에 착수해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오로지 촬영에만 몰두했다. 기존 프로그램 제작기간인 3개월의 2배를 더 쓴 셈”이라면서 “덕분에 시간에 쫓겨 사건 취재를 적당한 선에서 끊지 않고 결말까지 끈질기게 담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나는 신이다’를 만든 조성현 MBC PD도 “2년 가까이 제작하면서 핵심에 더 심층적으로 다가설 수 있었다”면서 “같은 주제를 ‘PD수첩’으로 제작했다면 10주가량 주어져 인터뷰 대상자도 훨씬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PD는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 정명석, 오대양 사건의 박순자, 아가동산의 김기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 등의 만행을 담기 위해 피해자, 내부관계자 등 200여 명과 인터뷰를 나눴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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