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밀조밀 골목길 투어부터 창공 가르는 액티비티까지 다 있어요” [투얼로지]

입력 2023-06-14 13: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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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별유천지의 새로운 명물이 된 라벤더 공원. 지자체가 지난해부터 공을 들여 조성했는데 제철인 초여름을 만나 꽃들이 피어났다. 6월 중순 이후면 넓은 공간을 물들이는 보라빛 카페트로 절정을 이룰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르는 재미 갖춘 초여름 여행의 강자 동해

-푸른 하늘과 보랏빛 카페트, 무릉별유천지 라벤더 꽃밭
-정겨운 담화 감상하며 걷는 골목길 투어, 묵호별빛마을
-가슴 탁 트이는 시원한 동해 풍광, 도째비골 해랑전망대
-맛만큼 재치 넘친 비주얼도 일품, 시멘트 아이스크림도
“무얼 좋아할지 몰라 모두 준비했어요.”

오밀조밀 이어지는 골목길을 거닐면 정겨운 그림체의 담화(벽화)들이 고단했지만 참 열심히 살았던 옛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슴 탁 트이는 동해가 한 눈 가득 들어오는 언덕에선 경치만큼 상쾌한 바닷바람이 방문객을 반긴다. 골짜기 너른 들판에 펼쳐진 보라색 라벤더 꽃밭에는 느긋하게 ‘멍 때리는’ 여유도 있다. 그러다 여정에 살짝 긴장감을 더해주고 싶으면 125m 높이 창공을 가로지르는 짜릿한 액티비티에 도전한다.

강릉과 삼척 사이에 자리한 동해는 마치 여행의 종합선물세트같다. 멋진 해변과 기암절벽의 산을 함께 품은 천혜의 환경, 1940년대부터 어항이자 무역항으로 산업발전을 함께 한 묵호항의 영고성쇠(榮枯盛衰)가 딤긴 동네 골목들, 그리고 옛 산업시설을 활용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무릉별유천지까지 초여름 여행객에게 고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매력적인 고장이다.

묵호별빛마을을 상징하는 공간인 어린왕자 계단. 가파른 109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졌는데 위 보다는 계단 아래에서 찍는 사진이 더 느낌이 있다.



●어린왕자 계단에서 인증샷 찰칵

동해 여행의 시작점은 묵호별빛마을이다. 묵호항이 명태 산지로 명성을 떨치던 시절 형성된 배후지역이다. 행정구역으로는 묵호동 1통과 3통, 게구석길과 산제골길 사이 마을이다.

묵호는 1941년 개항장이 되면서 만들어진 항구도시다. 1970년대 어항이자 시멘트와 석탄을 나르는 산업항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이 시절 돈을 벌기 위해 묵호항에 모여든 사람들은 항구 앞 가파른 언덕 빈터에 슬레이트 지붕과 흙벽돌로 집을 지었고, 자연스레 마을이 형성됐다. 밤에 집집마다 켜진 불빛들이 마치 밤하늘의 별 같아 ‘별빛마을’이란 이름이 붙었다.

70년대 이후 어족자원의 고갈로 수산업이 쇠퇴하면서 묵호항의 일자리가 급감하고 인구가 감소했다. 묵호별빛마을도 90년대 중반부터 빈집이 늘고 건물들이 노후화됐다. 2016년 쇠락해가던 마을을 정비해 지역관광자원으로 새롭게 개발한 것이 지금의 묵호별빛마을이다. 서민들의 고달픈 삶의 자취가 있고 산비탈에 옹기종기 자리한 모습이 부산의 아미동 비석마을과 흰여울문화마을도 떠올리게 한다.

묵호별빛마을의 명물인 어린왕자 계단을 오르면 이런 산비탈 골목길을 만나게 된다. 맞은편에 동해 바다가 펼쳐져 있다.


묵호별빛마을 투어는 동쪽바다중앙시장 인근 소방서에서 출발하거나 반대편인 논골담길과 맞닿은 산제골길 쪽 어느 곳에서 출발해도 상관없다. 마을에 들어서면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따라 작은 집들이 어깨를 맞대고 모여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냥 발길 가는 데로 걸어가면 된다. 간간히 나타나는 담화와 담장 너머의 꽃들이 외지인을 반긴다. 그러다 고개를 돌리면 마을 맞은편 묵호항과 동해 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마을 곳곳이 포토 포인트인데 특히 투어 중간에 만나는 어린왕자 계단은 대표적인 인스타그래머블 명소이다. 꽤나 가파른 계단 109개로 이루어졌는데 계단 아래 어린왕자 부조물이 있는 쪽에서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다.

골목길 투어 게구석길 출발점에 위치한 동쪽바다중앙시장은 1943년경 묵호항 개항과 함께 자연적으로 형성됐다. 현재 약 300개 점포가 운영중인데 이곳의 장칼국수와 잔치국수는 지역민이 추천하는 맛집이다.

반대편 출발점인 산제골길에서 논골담길을 거쳐 도째비골로 가다 보면 묵호항 자연산 수산물 판매시장이 나온다. 현재 69개의 점포가 모여 있는데 이곳에서 싱싱한 생선을 사서 회로 먹을 수 있다. 회만 전문적으로 떠 주는 가게들이 여럿 있다.

동해 도째비골 해랑전망대는 규모가 다른 지역에 비해 크지는 않지만 맑은 날 해안선에 부딪치는 파도의 박력과 멀리 시선 끝까지 펼쳐진 푸른 수평선의 어우러짐이 일품이다. 특히 해랑 전망대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못지않게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전망대 모습을 밖에서 찍는 것도 멋있다.



●바다 풍광과 액티비티를 동시에

도째비골은 도깨비의 지역 사투리를 테마로 삼은 전망대 겸 작은 테마파크다. 크게 스카이밸리와 해랑전망대로 이루어졌는데 2021년 6월 문을 열었다. 규모가 다른 지역에 비해 크지는 않지만 일단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맑은 날 해랑전망대에 서면 해안선에 부딪치는 파도의 박력과 멀리 시선 끝까지 펼쳐진 푸른 수평선의 어우러짐이 일품이다. 특히 해랑 전망대는 안에서 바다를 보는 풍경 못지않게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전망대 모습을 밖에서 찍는 것도 멋있다.

스카이밸리에는 59m 높이의 스카이워크와 스카이사이클, 자이언트 슬라이드를 즐길 수 있다. 스카이워크는 바다를 향해 길게 뻗은 전망 코스다. 요즘 지자체들이 만든 비슷한 시설물처럼 이곳도 여러 구간을 바닥이 훤히 보이는 철제 매시와 유리로 만들었다. 특별한 장치는 아니지만 59m라는 높이가 주는 짜릿함은 여간 아니다.

2021년 문을 연 동해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의 스카이워크. 59m 높이로 일부 구간은 바닥이 보이는 철제 매시와 유리로 되어 있다.


스카이사이클은 허공에 연결한 179m 길이의 케이블 와이어를 타고 달리는 일종의 외줄타기다. 보기보다 좌우의 흔들림과 높이가 주는 아찔함이 제법 있다. 자이언트 슬라이드는 원통형 슬라이드를 타고 27m를 내려간다. 얼핏 동네 놀이터의 미끄럼틀과 비슷해 시시해 보이지만, 타는 순간, 적지않은 사람들이 놀라 비명을 지를 정도로 속도감이 대단하다.


●초여름 명물 라벤더 꽃밭을 이곳에서

무릉별유천지는 예전 쌍용 C&E가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을 채광해 가공하던 무릉3지구를 활용한 복함체험관광공간이다. 40년간의 채광을 마치고 광산이 폐쇄되자 304억 원을 투입해 이곳에 액티비티 시설과 전망대 등을 조성하고 2021년 문을 열었다.

이름부터 멋스런 무릉별유천지에 들어서면 일단 압도적인 스케일에 놀란다. 총면적이 107만㎡에 달하는데 채광을 위해 산비탈을 깍아내는 과정에서 생겨난 웅장한 절벽과 에메랄드 빛 인공호수, 청옥호와 금곡호 등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270m 높이 절벽에 있는 두미르 전망대에 올라가면 이런 절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예전 쌍용 C&E가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을 채광해 가공하던 무릉3지구를 활용한 복함체험관광공간이다. 40년간의 채광을 마치고 광산이 폐쇄되자 304억 원을 투입해 이곳에 액티비티 시설과 전망대 등을 조성하고 2021년 문을 열었다. 총면적이 107만㎡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부터 지자체에서 공을 들여 조성한 너른 라벤더 정원은 제철인 초여름을 만나 요즘 넓은 보랏빛 꽃무리를 이루고 있다. 지난 9일 이곳을 찾았을 때 한창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어 이달 중, 하순 쯤이면 제대로 만개해 절정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무릉별유천지의 또 다른 명물은 스릴 액티비티다. 오프로드 루지, 알파인코스터, 짚라인, 스카이 글라이더 등이 있는데 그중 대표스타는 스카이 글라이더다.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스위스 그린덴발트 피르스트의 명물로 유명한 그 스카이 글라이더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와이어에 매달린 독수리 모양의 글라이더를 타고 125m 높이에서 777m를 왕복한다. 엎드려 타는 독특한 스타일로 하강을 위해 처음에 뒤로 올라가는데 이때가 오히려 내려올 때보다 아찔한 느낌이 더하다. 내려올 때의 개방감과 속도감이 일품이어서 개장 2년여 만에 이곳의 인기 어트랙션으로 자리잡았다.

동해 무릉별유전치 액티비티의 간판스타 스카이 글라이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와이어에 매달린 독수리 모양의 글라이더를 타고 125m 높이에서 777m를 왕복한다. 엎드려 타는 독특한 스타일로 하강을 위해 처음에 뒤로 올라가는데 이때가 오히려 내려올 때보다 아찔한 느낌이 더하다.


시멘트 아이스크림은 SNS에서 유명세를 타면서 방문객들이 많이 찾는 명물이다. 쇄석장 건물의 4층 카페에서 맛 볼 수 있다. 시멘트 공장이었던 특성을 살려 회색빛 아이스크림을 시멘트 푸대를 연상시키는 황갈색 컵에 담아 준다. 흑임자 아이스크림의 고소한 달달함도 매력이지만, 무엇보다 작은 삽 모양의 스푼을 곁들인 재치있는 모양새가 절로 사진을 찍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인근에는 신선이 노닐었다는 일명 무릉도원이라 불리는 무릉계곡 명승지가 있다. 두타산과 청옥산을 배경으로 이루어진 계곡으로 많은 기암괴석과 절경들이 장관을 이룬다. 베틀바위, 마천루, 용추폭포와 쌍폭포 등 적당히 산타는 재미와 웅장하면서 오밀조밀한 바위과 능선을 보는 즐거움을 두루 갖춰 트레킹 코스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동해 무릉별유천지 명물 시멘트 아이스크림. 쇄석장 건물의 4층 카페에서 맛 볼 수 있다. 시멘트 공장이었던 특성을 살려 회색빛 아이스크림을 시멘트 푸대를 연상시키는 황갈색 컵에 담아 준다. 귀여운 삽 모양의 스푼이 포인트다.



●이런 곳도, 별누리 천문대

만약 아이들과 함께 동해를 여행한다면 묵호역에서 차로 10여 분 떨어진 별누리 천문대를 여정에 넣으면 좋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전시관, 천체투영관, 관측실 등 시설이 제법 충실하다. 천체투영관에서는 7m 돔 스크린에 가상의 천체를 투영해 우주과학관련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2개의 관측실에서는 여려 형식과 구경의 보조망원경이 있어 이를 통해 행성, 성운 등 밤하늘의 천체들을 관측할 수 있고, 주간에는 태양의 흑점과 홍염을 관측할 수 있다. 다만, 규모가 크지 않아 많아야 12명 정도만 동시관람이 가능하다. 홈페이지로 사전예약을 통해 관람 접수를 받고 있다.


●시티버스 활용하면 이동도 편리

동해는 KTX가 동해역과 묵호역에서 정차하면서 과거보다 접근성이 훨씬 좋아졌다. 하지만 무릉계곡이나 추암촛대바위, 한섬해변, 망상 해수욕장 등의 인기 관광지들이 역에서 거리가 제법 되어 연계교통편이 문제가 됐다.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관광지보다는 주민 생활권역 중심 노선이어서 한계가 있다.

묵호역에서 차로 10여 분 떨어진 별누리 천문대.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전시관, 천체투영관, 관측실 등 시설이 제법 충실하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동해시는 4월부터 시티투어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12월25일까지 매주 주말과 공휴일에 하루 6.5회를 운영한다. 묵호역에서 출발해 10개의 정류장을 도는데 총 66.3km이고 회차당 소요시간은 약 두 시간이다. 일일승차권을 이용해 원하는 관광지에서 내렸다가 다음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 전체 코스를 운행하는 것은 총 6회이고, 이후 도심숙박 및 종합버스터미널 이용객을 위해 0.5회를 추가 운행한다. 승차권은 네이버 예약이나 현장 구매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동해역과 묵호역에서 출발하는 KTX 연계 관광택시도 있다. KTX왕복 승차권과 관광택시로 구성했는데 코레일관광개발과 함께 운영한다. 시간정액제(4시간, 6시간)나 1박2일(10시간) 중 선택하면 된다.

동해 |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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