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 생리과다 방치하면 건강에 치명적? ‘자궁근종’ 원인일 수도 [건강 올레길]

입력 2023-06-28 1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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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ㅣ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워킹맘 김 모(36세)씨는 최근 빈혈이 심해졌다. 움직이거나 계단을 오르면 숨이 가쁘고 심장이 두근거렸고, 눈앞이 어지러웠다. 철분제를 챙겨 먹어 봤지만 매달 생리 때마다 많은 생리량과 덩어리혈이 반복되자 컨디션은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걱정이 된 김씨는 산부인과를 찾아 검사를 받아 본 결과 출혈의 원인이 ‘자궁근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가임기 여성은 남성보다 빈혈을 겪을 확률이 높다. 매달 겪는 생리와 임신·출산으로 철분이 부족해져 ‘철결핍성빈혈’이 유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자궁근종이 있는 여성이라면 생리량이 많아져 빈혈이 더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빈혈은 흔하지만 그 뒤에 원인 질환이 악화된 신호일 수 있으므로 결코 간과해선 안 될 증상이다.

민트병원 여성의학센터 김하정 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의학박사)은 “여성들이 건강검진에서 빈혈을 발견했다면 가장 먼저 의심해볼 수 있는 게 자궁질환”이라며 “단순히 ‘내가 생리량이 원래 많은가보다’하면서 생리과다 증상을 넘기다가 만성 빈혈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에게 흔한 ‘자궁근종’은 자궁근육에 생기는 양성종양으로 위치나 크기에 따라서 조금씩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근종이 자궁내막 안에 있다면 생리통과 생리과다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대형 생리대를 3~4일 이상 사용하거나, 응고된 큰 덩어리혈이 많고 생리 기간이 7일 이상으로 길다면 생리과다를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여러 개의 혹이 동시에 나타나는 다발성 자궁근종이라면 증상은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커진 근종이 방광을 누르면 빈뇨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난임 및 유산의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임신 계획이 있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과거 자궁근종 치료는 외과적 수술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절개 범위를 최소화하고 가임력을 유지하는 자궁보존 치료가 주로 시행돼 환자 만족도가 높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라도 ‘로봇수술’과 ‘복강경·자궁경수술’과 같은 최소절개의 근종 제거술로 병변만을 정교하게 절제해 치료한다.

또한, 자궁근종과 연결된 혈관을 색전물질로 막아 괴사시킴으로써 근종의 부피를 줄이고 증상을 완화하는 ‘자궁동맥 색전술’과 초음파 열로 몸 바깥에서 열을 쬐어 근종을 괴사시키는 ‘MR하이푸’와 같은 최소침습, 무침습 치료까지 선택지가 매우 다양해졌다.

김하정 원장은 “빈혈 자체가 당장 건강에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심부전 등 심장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원인을 찾아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며 “자궁질환이 원인이라면 치료 후 생리량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빈혈도 자연스럽게 개선되므로 생리 문제가 생겼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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