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캐스터 김여원 “요가하면 잡념 사라져…바둑과 닮은꼴” [셀럽들의 7330]

입력 2023-07-2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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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자세를 취하고 있는 김여원. 바둑 캐스터 김여원(왼쪽)은 각종 바둑대회에서 다수 우승한 여성 아마추어 고수이기도 하다. 보디빌더로도 활동하다 ‘정반대의 운동이 하고 싶어’ 요가로 전환했다.

한때 프로급 보디빌더서 변신
요즘 요가에 빠져 ‘나’와 대화
열량 소모 많아 다이어트 효과
‘마음의 휴식’엔 요가가 최고죠
스포츠 중계방송에서 진행을 맡는 아나운서를 ‘캐스터’라고 한다. 스포츠 방송의 앵커라고 할 수 있겠다.

김여원(36)은 ‘바둑 캐스터’다. 바둑은 스포츠다. 대한바둑협회는 대한체육회의 산하단체이며, 바둑은 9월에 열리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정식종목이다. 남녀 단체전, 남자 개인전에 무려 3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바둑 캐스터는 어떤 일을 할까.

“프로선수인 기사들의 경기(대국)를 중계할 때 캐스터와 해설위원이 함께 방송을 합니다. 캐스터는 상황을 전달하고, 시청자들이 궁금해 할만한 것들을 해설위원에게 질문해 시청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죠. 보충이 필요한 부분은 질문으로 유도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바둑 캐스터는 바둑을 잘 두어야 한다. 김여원은 프로기사 양성과정인 한국기원 연구생을 지냈다. 프로는 아니지만 아마 6단이다. 제90회 전국체육대회 여자 바둑 금메달(2009), 제35회 농심새우깡배 아마여류국수전 준우승(2010), 제5회 지지옥션배 여류 대 시니어 아마연승대항전 우승(2011) 등 아마추어 전적이 화려하다. 2014년에는 제8회 지지옥션배 특별이벤트에서 서봉수 9단을 이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여원의 남편은 2006년 제19회 후지쓰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우승자 박정상 9단이다.


●보디빌더에서 요기니로 변신


김여원은 바둑 못지않게 운동도 프로급이다. 보디빌더로 다수의 대회에 출전해 입상한 전력이 있다. 해외에서 개최된 대회에도 나갔다.

“마지막 대회가 해외시합이어서 열심히 했고, 결과도 좋았어요. 그런데 몸은 많이 무리가 됐던 것 같아요. 병원을 몇 달 다녀야했죠. 하드한 선수의 몸이 되면서 ‘이 이상 하면 직업에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동안 근육을 수축하는 운동을 했으니 이제는 반대로 요가를 해보자’. 이렇게 된 거죠.”

처음 가 본 요가원에서는 평온한 일상의 느낌이 좋았단다.

“요가와 바둑은 정신적인 면에서 닮았거든요. 요가는 마음의 작용이 멈추는 것이라고 해요. 아사나(자세)를 통해 수련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마디(명상)으로 가는 과정이거든요. 명상에서는 ‘오면 사라진다’라는 말이 있어요.”

수련을 하다 보면 숨이 막히고, 더 가고 싶고, 멈추고 싶고, 욕심이 나고, 비교를 하게 된다. 김여원은 “마음의 동요가 일어날 때 평온함을 얻는 연습을 하는 과정이 요가가 아닐까”라고 했다.

바둑에는 ‘반전무인(盤前無人)’이라는 말이 있다. 대국에 임할 때는 상대를 의식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반상 위의 조화로운 포석, 날카로운 수읽기, 정교한 끝내기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평온한 정신이 필요해요. 바둑은 승부를 겨루는 종목인 만큼 승리의 짜릿함도 좋지만 쓰린 패배를 피할 수는 없죠. 패배가 올 때 다시 보낼 수 있도록 수련하고 수양한다는 점에서 바둑와 요가는 닮았습니다.”

요가는 섬세하게 집중해서 들여다봐야 하는 운동이다. 요가를 명상이나 스트레칭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여원은 “엄청나게 운동이 많이 된다”고 했다. “빈야사는 마라톤처럼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열량 소모가 크고, 암발란스 동작도 힘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입이 근질거려 결국 물어보았다. “요가를 하면 뱃살도 쏙 들어갈까요”. 김여원이 웃었다. “뱃살은 결국 음식조절을 안 하면 어렵겠죠. 다만 뱃살이 없으면 트위스트 동작이 잘 됩니다!”

남편 박정상 9단은 아내와 달리 다소 정적인 운동파다. 걷기, 등산을 좋아하며 간혹 자전거를 탄단다. 그나저나 두 사람이 캐스터와 해설위원으로 함께 방송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좋은 점과 나쁜 점 중 어느 쪽이 더 많을까.

“아무래도 더 편하죠. 서로 방송 스타일을 잘 알고, 같이 준비하다보니 방송 방향, 멘트를 구상할 때도 좋고요. 언젠가는 방송 전에 다툰 적이 있어요. 리허설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서로 냉랭했는데, 방송에서 드러나면 안 되니까 방송 직전에 화해하고 웃으면서 방송을 했죠. 저희 부부 사이를 돈독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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