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퍼포머’가 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박지혜의 2030 부산세계박람회유치염원 메타버스 콘서트

입력 2023-07-25 15: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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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 교수, 가상무대 콘서트 데뷔
-“메타버스 속 ‘박지혜’는 나의 부캐”
-10월, ‘베토벤, 과거와 지금’ 순회공연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바이올리니스트가 들려주는 멋진 연주에 관객들이 흠뻑 빠져 있다. 이날의 콘서트는 전 국민이 염원하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그런데 첫눈에도 범상치 않은 콘서트다. 7월 22일에 진행된 이날 콘서트는 실제 공연장이 아닌 메타버스 공간에서 펼쳐졌다. 연주자도, 관객도 모두 현실-가상세계가 공존하는 초현실 공연장인 메타컬쳐센터에서 콘서트를 즐겼다. 이 공간은 클래식 전용 메타버스 공연장인 메타컬쳐센터가 개최한 첫 공연이자,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의 가상세계 첫 단독 데뷔 무대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올 초 공연장 등록을 마친 메타컬쳐센터는 (주)가치창조제이가 운영하고 있는 메타버스 공연장이다. 이 회사는 신기술을 활용해 공연예술의 혁신에 도전한 스타트업으로 박지혜가 2021년 설립한 벤처기업이자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무대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공연 시스템이 궤멸되다시피 했던 ‘어둠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았다. 비대면 공연으로 전환되면서 클래식 공연장을 방문하지 않았던 새로운 관객의 유입이 형성됐다. 특히 디지털 세계에 친밀한 젊은층의 유입이 눈에 띄었다.

박지혜는 이러한 ‘의외의 결과’에 주목했다. 연세대 겸임교수이기도 한 그는 의외의 결과를 통해 확인된 클래식 공연 체험의 재발견 기회에 대한 연구를 지속했고 이를 발전시켰다. K-클래식의 재능있는 인재들이 자신의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클래식 음악시장의 신산업 분야를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코로나로 인해 그동안 제 삶을 갈아 넣은 대면 공연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바라만 보며 절망을 느꼈다. 반면 대중음악 분야는 기술의 발전속도에 맞춰 빠른 변화와 발전을 이룩했다.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은 대중공연산업과 클래식의 희비가 엇갈리는 시점이었던 것 같다”며 박지혜는 “클래식 자체로서의 가치에 대해서는 모두가 인정하지만 각자가 이 가치를 인정하게 하고 이를 소비하게 하는 것은 이 분야에 몸담고 있는 우리들의 숙제라고 보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줄 다양한 기술이 ‘널려’ 있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수세기 동안 이어진 클래식의 명맥을 이어가는 21세기 연주자로서 ‘직무유기’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박지혜에게 메타버스는 ‘직무유기’를 벗어날 수 있는, 바이올린의 활과 같은 도구가 되어 주었다. 그는 “메타버스는 이미 1세대에서 2세대 개념으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다. 가상세계 속으로 우리가 들어가는 것이 1세대 메타버스였다면(VR), 2세대 메타버스는 현실에서 즉시 활용이 가능한 인공현실(AR)이다. 그냥 쉽게 ‘부캐’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며 “이번 2030 부산세계박람회 개최 염원 메타버스 공연에서 데뷔한 박지혜는 저의 ‘부캐’라고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박지혜는 이 ‘부캐’에 ‘AI 퍼포머’라고 이름 붙였다. 물론 그의 ‘본캐’는 여전히 클래식 바이올리니스트이다.

메타버스 공연을 선보인 그의 주된 연구분야는 ‘융합’이다. 메타버스에 이어 챗GPT 열풍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지만, 6개월 후에는 어떤 신기술이 등장할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 박지혜는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전문지식과 신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려는 삶의 태도와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메타버스 공연장의 설립은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지난해에는 AI 작곡프로그램을 활용해 베토벤의 AI 소나타를 초연해 화제가 됐다. 배토벤이 생전에 작곡한 10개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활용해 11번째 소나타를 완성해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세계 초연했다.

최근에는 AI 로봇 100대와 사람이 세계 최장기간 컬래버레이션 공연을 펼치는 ‘인간 vs 인공지능’ 세계기록 도전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이 사업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사업으로 선정됐고 2021년에 기록이 수립됐다.


박지혜는 10월 중 ‘베토벤의 과거와 지금’ 순회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베토벤이 직접 작곡한 바이올린 소나타들과 AI 작곡 프로그램을 활용해 제작된 소나타들을 초연한다. 9월에는 한독수교 140주년 공연(롯데콘서트홀)이 예정돼 있으며 NIPA(정보통신진흥협회) 지원으로 비발디의 ‘사계’ 전 악장을 3D로 제작한다. 박지혜의 야심찬 프로젝트 및 활동은 그의 유튜브 채널 ‘박지혜TV’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독일에서 출생해 칼스루헤 국립음대 및 대학원 최고과정을 최우수졸업(박사)한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는 14세 때 낸 첫 데뷔 음반을 시작으로 8장의 솔로 정규앨범을 발매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홍보대사를 역임했다. 카네기홀 시즌 개막주간 한국인 최초 독주회(2011) 등 1000여 회의 국내외 솔로공연을 열었다. 한국인 최초의 TED talks 메인 컨퍼런스 연사자로도 유명하다.

2000, 2001년 독일 총연방 청소년 음악콩쿠르 2년 연속 1등, 2014 대한민국 예술문화인대상, 2014 유니버셜뮤직 더블골드디스크, 2021 국제미래학회 인공지능혁신대상을 수상했다.
독일정부로부터 1730년산 과르네리를 11년 이상 무상 지원받았으며, 현재는 1735년산 과르네리를 평생 지원받아 연주하고 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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