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트인 의림지 ‘눈 호강’ 약채락 한상 ‘입 호강’ [김재범 기자의 투얼로지]

입력 2023-09-22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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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의 명물인 모산비행장. 민간에 개방해 철마다 다양한 색깔의 꽃바다를 이루는 제천 방문 인증샷 명소로 유명하다. 방탄소년단의 뮤비에 등장해 ‘아미’들의 성지순례코스 중 하나이기도 하다(위 사진). 의림지 윗쪽의 저수지 비룡담에서 출발하는 ‘제천 의림지 한방 치유숲길’의 물안개길 구간. 제천|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가을 입은 제천
제천은 물의 고장이다. 압도적인 풍광의 청풍호를 품에 안고 있고, 유구한 역사를 지닌 삼한의 농경수리시설 의림지가 이곳에 있다. 옥순봉, 비봉산, 구담봉 등 청풍호 근처 봉우리들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오르는 재미가 있는 산세와 호수를 내려다보는 전망을 자랑한다. 여기에 이곳이 자랑하는 약채락 음식까지 맛보면 나들이로는 더할 나위 없는 조합이다. 가을 제천 여행은 그래서 즐겁다.


●걷는 재미있는 역사 속 저수지

제천10경 중 제1경인 의림지는 관광지보다는 국사책 속의 유적으로 더 친숙하다. 삼한시대에 축조된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우리나라 최고의 저수지다. 이제는 수리시설보다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되었다. 의림지 위쪽으로는 규모가 조금 작은 ‘제2의 의림지’ 격인 비룡담이 있다. 이곳에서 용두산 산림욕장까지 돌아오는 숲길이 ‘제천 의림지 한방 치유숲길’이다. 물안개길, 솔향기길, 온새미로길, 솔나무길 등 4개 구간으로 총 11.04km다.

제천은 의림지를 지역관광의 대표 IP로 육성하기 위해 매년 ‘의림지농경문화예술제’를 열고 있다. 올해는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의림지와 청전뜰 일원에서 진행한다. 문화&예술존 ‘의림지’와 농경문화 체험존 ‘청전뜰’로 나누어 농경 아트 퍼포먼스, 의림지 농경문화 런닝맨 등 16개 체험 프로그램과 11개 무대 공연을 3일 동안 실시한다.


●비현실적인 풍광, 청풍호반 케이블카

제천 여행의 랜드마크라면 단연 청풍호반 케이블카로 오르는 비봉산전망대다. 전망대가 있는 비봉산 정상까지 걸어갈 수도 있지만, 대부분 물태리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를 탄다. 비봉산은 청풍호 중앙에 위치한 해발 531m의 산이다. 정상에 서면 눈을 돌리는 방향마다 오밀조밀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청풍호가 펼쳐진다. 호수의 모양이 워낙 섬세한 데다 눈에 거슬리는 것 없이 탁 트인 전망이 통쾌해 이곳저곳 바라보다 보면 시간이 흐르는 줄 모른다.

청풍호 절경을 즐기는 또 다른 곳으로는 자드락길 6코스인 괴곡성벽길의 청풍호전망대가 있다. 나선형 건물인 이곳 백봉전망대에 오르면 역시 시원한 전망이 압권이다. 다만 물안개나 저기압으로 인한 낮은 구름 등이 없어야 하는 날씨 운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흐드러진 가을 꽃바다, 모산비행장


도시 복판에 비행장이 있다는 것이 좀 이상하지만, 제천 모산비행장은 그런 이채로움 때문에 많은 사람이 찾는다. 1950년대 비행훈련장으로 건설된 군부대 비행장이지만, 사실 40여 년간 실제 항공기 이착륙은 없었다. 민간의 오랜 반환운동 끝에 개방되어 요즘은 산책과 운동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제천시가 활주로 주변으로 다양한 꽃을 식재해 계절별로 화려한 꽃바다를 이룬다. 9월에는 보라색 버들마편초, 화이트&핑크 가우라꽃, 황화코스모스 등이 만발한다.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Young Forever)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아미’들의 성지순례 코스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에코브릿지와 사자빈신사지석탑

고대농경수리시설의 발상지인 의림지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반영해 조성한 것이 삼한의 초록길이다. 2km에 걸쳐 140여 종의 식물을 식재해 휴식과 볼거리를 제공한다. 초록길을 가로지르는 4차선 도로를 보행자가 안전하게 지나도록 만든 에코브릿지는 268m 길이로 제천 여행을 상징하는 명물 중 하나이다.

덕주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5교구 본사인 법주사의 말사다. 큰 규모의 사찰은 아니지만 절집 있는 곳의 높이가 제법 되어 내려다보는 경치가 운치 있다. 덕주사 전방 약 2km 지점에 있는 빈 신사 터에는 1963년 보물로 지정된 사자빈신사지 사사자구층석탑이 있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산길 한 켠에 우두커니 서있는데, 다소 생뚱맞아 보이는 위치와 달리 섬세한 기법의 조각과 탑 만듬새가 예사롭지 않다. 탑신을 바치는 사자 4마리의 각기 다른 얼굴과 탑 안에 있는 비로자나불의 모습에서 석공의 정교한 손길을 느낄 수 있다.

제천 약채락 전문 음식점 중 하나인 성현 한정식의 재미있는 메뉴 중 하나인 ’불타는 밤’.



●입이 즐거운 제천 4대 약념(藥念)

약채락은 ‘약이 되는 음식을 먹으니 즐겁다’는 뜻이다. 조선시대 3대 약령시 중 하나였던 제천의 역사를 담은 향토음식 브랜드다. 황기를 넣은 약간장, 당귀를 사용한 약고추장, 양채를 활용한 약초페스토, 그리고 뽕잎으로 만든 약초소금 등 4대 약념(藥念)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제천 바우본가, 예촌, 노다지맛집, 오디향, 원뜰, 성현 한정식 등에서 맛볼 수 있다.

제천|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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