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포항공장 희망퇴직 “실패작”

입력 2025-03-18 10: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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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노조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광경. 사진제공ㅣ현대제철 노조 홈페이지  갭처

현대제철 노조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광경. 사진제공ㅣ현대제철 노조 홈페이지 갭처



기술직 1200명 대상에 신청자 고작 20명 안팎
호조건 인센티브 내걸어도 근로자들 “꿈적 안 해”
“노조원 자존심만 건드렸다” 노사 간 분위기 냉랭
현대제철 포항공장이 기술직 근로자 1200명을 대상으로 꺼내든 ‘희망퇴직’ 카드가 오히려 노사 간 갈등만 더 부추겼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이 지난 4일부터 14일까지 포항 1·2·3공장 생산직 근무자 12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은 결과, 희망퇴직 신청자는 20여명 안팎에 그쳤고, 충남 당진제철소 박판공장으로 전환 배치를 희망한 근로자는 80여명에 달했다. 전체 대상자의 10%에도 못 미친다.

현대제철 포항공장 측이 희망퇴직자에게 호조건의 인센티브를 내걸었지만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사측은 이번 희망퇴직자에게 1년 월정급여에서 정년까지의 잔여근속간의 50%에 해당하는 기간을 곱한 범위(최대 3년)안에서 퇴직금 지급조건을 제시했다. 또 1인당 1000만원, 자녀 최대 3명 분량의 자녀 학자금과 함께 만 55세 이상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정년 처우금까지 내 걸었으나 꿈적도 안했다.

이처럼 근로자들이 응하지 않은 것은 현대제철 당진공장도 시도하지 않는 희망퇴직을 왜 포항공장에서 먼저 시도했느냐에 따른 불만이 표출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초에 예견됐던 노사 간 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결국 회사 측이 고육지책으로 꺼낸 기술직 근로자 희망퇴직 카드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과 함께 당초 회사 측이 기대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어서 그에 따른 후폭풍도 예상된다.



사 측이 궁여지책으로 꺼낸 ‘최악의 카드’도 그럴만한 속사정이 있다.

포항공장 측은 올들어 제2공장 가동 중단과 매월 70~80억원 이상의 적자가 누적되면서 불가피하게 내린 조치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압박, 중국산 저가 철강의 덤핑, 국내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철강 수요 감소 등 어려움이 가중돼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 14일 비상경영 체제 돌입을 선언하고 전 임원의 급여를 20% 삭감하는 긴급 처방전까지 내렸다. 또 같은 날 20대 노동자가 작업장에서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까지 발생해 심각한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고 있다. 

포항ㅣ김명득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김명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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