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 사람들’ 이하늬 “19금 전문가? 실제 난 보수적인 유교걸!”[인터뷰]

사진제공｜바이포엠 스튜디오

솔직하고 파격적인 설정으로 관객의 봉인된 속마음을 열어젖힐 영화 ‘윗집 사람들’이 세밑 극장가에 ‘색(色)다른’ 돌풍을 예고한다. 3일 개봉하는 ‘윗집 사람들’은 매일 밤 ‘선정적인 층간 소음’을 내는 윗집 부부와 아랫집 부부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19금 코미디다.

극 중 남다른 성(性)생활을 즐기며 아랫집 부부(공효진·김동욱)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하는 윗집 부부를 연기한 하정우와 이하늬는 이번 영화를 단순히 ‘낯뜨거운 선정적 대화만 쉴 새 없이 오가는 작품’이 아니라고 소개했다. 두 사람은 자극적인 설정 속에 ‘현대 부부의 소통 부재와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근원적인 고립’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숨겨 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O“둘째 임신, 입덧 참으며 연기”

이하늬가 연기한 윗집 아내 수경은 도발적인 자신의 성적 취향과 욕망에 솔직한 정신과 전문의다. 온갖 성 관련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입에 담는 이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소화한 이하늬는 “난 사실 보수적인 ‘유교걸’”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수경이 하는 말들은 제게 19금을 넘어 39금에 가까운 것들이었어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낯선 단어와 표현도 많았죠. 이런 자극적인 말들을 우아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내뱉는 게 중요했어요. 한편으로 수경이 (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아랫집 부부를) 돕기 위해 내려온 천사라고 생각했죠. 다만 변태일 뿐이죠!(웃음)”

한 공간에서 대화로만 이뤄지는 영화지만, 촬영 현장은 그 어느 때보다 고됐다고 돌이켰다. 둘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다른 배우들과 제작진에게 부담을 줄까 봐 임신 사실을 숨긴 채 촬영에 들어갔고, 영화에서 고난도의 아크로 요가까지 직접 소화했다.

“첫째 아이 출산한 경험이 있는 ‘경력직’이니 이번에도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호기롭게 촬영에 들어갔죠. 그런데 음식이 가득 차려진 식탁에 앉아 연기를 하려니 입덧이 너무 올라오는 거예요. 임신 초기 증상 가운데 하나가 엄청 졸리다는 거잖아요. 대사는 너무 많은데 몰려오는 잠에 입덧은 계속 올라오고, 정말 쉽지 않았죠. ”

영화 ‘윗집 사람들’ 이하늬 스틸, 사진제공｜바이포엠 스튜디오

O“하정우=여자 이하늬!”

홀몸이 아닌 상태인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사람은 아랫집 아내 역을 맡은 공효진이었다. 공효진과는 2010년 드라마 ‘파스타’ 이후 15년 만에 한 작품에서 재회했다.

“이번 작품 출연 제의도 먼저 캐스팅된 공효진 언니에게 받았어요. 너무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함께 해보자고 했죠. 임신 사실도 촬영 도중 언니에게만 먼저 말했고, 그 이후에 다른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알렸어요. 언니가 저를 많이 챙겨줬어요. 제가 조금만 힘들어하는 것 같으면 하정우 감독님께 ‘하늬 힘드니까 빨리 끝내라’, ‘하늬 안 힘들게 해라’라고 여러 번 말씀해 주셨죠.”

이번 영화에서 연출 및 남편 역을 함께 맡은 하정우와는 처음 호흡했다. 그는 하정우를 에너지가 넘치기로 유명한 자신보다도 더한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남자 버전 이하늬 같았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왜 대중이 하정우라는 사람을 좋아할까 늘 궁금했는데 만나보니 알겠더라고요. 정말 아이디어가 번뜩이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이에요. 누군가에게서 이렇게 신선한 느낌을 받은 건 정말 오랜만이죠. 저보다 에너지가 10배는 많은 사람이에요. 어렸을 때 해구신이라도 먹었나 싶다니까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