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피플] 이샘 대표 “연주자들이 만들어 준 문화 지키고 싶어”

입력 2017-05-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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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어렵다는 선입견이 강한 클래식 장르 중에서도 ‘마이너’로 꼽히는 실내악의 전도사를 자처하며 MOC 프로덕션을 10년간 이끌어 온 이샘 대표.사진제공 ㅣ ⓒTaeuk Kang

■ MOC 프로덕션 이샘 대표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서 ‘독특하면서도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MOC 프로덕션이 10주년을 맞았다. 부침이 심한 클래식 시장에서 장장 10년을 버티며 프로덕션을 이끌어 온 이샘(43) 대표 역시 ‘독특하면서도 확고한’ 사람이다. 시장 밖의 사람들은 항공사 승무원으로 8년간 일하다 한 순간에 클래식 공연기획자로 변신한 그의 특이한 ‘커리어 시프트’에 관심을 보이지만, 시장 안의 사람들의 시선은 다른 데 머물러 있다. 국내 공연시장에서도 척박한 편에 드는 클래식 장르, 그 속에서도 마이너 중의 마이너에 가까운 실내악 중심의 프로덕션이라는 점과 10년간 ‘든 사람은 있어도 난 사람은 없다’라는 경이로운(?) 기록 때문이다.


항공사 승무원에서 공연기획자로
클래식계 스타군단 이끌며 10년째

구성원 모두 가족 같은 운명공동체
프로덕션 10주년 갈라 콘서트 ‘생큐’

현재 MOC 프로덕션에는 국내 클래식 실내악단을 대표하는 노부스 콰르텟과 트리오 제이드를 비롯해 서울시향의 부지휘자를 맡고 있는 최수열,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호르니스트 김홍박 등 클래식계의 스타군단이 즐비하다. 총 22명으로, 단 한 명도 MOC 프로덕션을 떠난 사람이 없다. 이샘 대표는 비결에 대해 “연주자들의 인품에 전적으로 의지했을 뿐”이라고 했다. 10년 동안 늘 잘 된 연주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은 사람들도 틀림없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회사를 가족 같은 운명공동체로 여겨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업계 사람들이 하는 소리가 있다. “MOC 프로덕션 아티스트들은 사람이 참 좋다”라는 것이다. 이샘 대표가 미소로 수긍했다.

“정확히 보셨다. 콘서트 아티스트로서 성공하기 위해 뛰어난 연주력과 재능을 갖추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 인품이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함께 일하기 쉽지 않다.”

이샘 대표는 ‘클래식 음악은 연주자의 인격이 반영된다’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MOC 프로덕션과 인연을 맺은 아티스트들에 대해 “그들의 고매한 인격이 연주에 투영되어 무대에서 나를 향해 손짓했다”고 생각한다.

○10주년 감사 콘서트…“묻지 말고 즐기세요”

이샘 대표는 MOC 프로덕션의 10주년을 기념해 잔치를 열기로 했다. 13일 서울 서초동 페리지홀에서 ‘생큐(Thank You)’라는 타이틀을 걸고 갈라 콘서트를 개최한다. 소속 연주자들은 물론 특별 게스트들도 무대에 선다. 연주와 영상, 토크쇼를 통해 지난 10년을 반추하는 자리다. 예상되는 러닝타임은 무려 세 시간 이상. “관객 여러분을 위해 간식을 준비했다”며 이샘 대표가 웃었다.

클래식 공연답지 않게 콘서트의 연주 프로그램은 철저히 비밀이다. 노부스 콰르텟이 윤이상의 현악사중주 1번을 연주한다는 것만 알려져 있다. 10주년 갈라 콘서트라고 해서 듣기 편한 소품들 위주의 공연이 되지는 않을 거란다.

10주년을 맞아 이샘 대표는 책도 출간한다. ‘너의 뒤에서 건네는 말(아트북스)’이라는 알 듯 모를 듯한 제목을 달았다. “10년간 공연기획자이자 아티스트 매니저로서 살아온 삶에 관한 에세이”라고 했다.

이샘 대표에게 “MOC 프로덕션의 20주년은 어떤 모습일까”라고 물었다. 의외로 그의 대답은 담박했다. 연주자들이 만들어 준 지금 이대로, MOC 프로덕션만의 문화를 지켜 가는 것. 오히려 “회사가 커져서 지금 갖고 있는 특유의 친밀하고 가족적인 가치가 흐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했다.

이런 이샘 대표에게도 단단한 꿈 하나가 있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현악사중주 페스티벌(콰르텟 위크)을 자신의 손으로 만드는 것이다. 12월에 첫 내한공연을 하는 벨체아 콰르텟의 공연을 기획한 것도 목표에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한 전초전이다.

이샘 대표는 “국내 현악사중주와 실내악을 위해 MOC 프로덕션이 기여할 부분이 아직 더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회사의 생일파티에 많은 분들이 오셔서 기쁘게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항공사 승무원에서 국내 젊은 클래식 스타군단을 이끄는 프로덕션의 대표로. 그가 갈아탄 비행기는 과연 어디를 향해, 얼마나 더 날아가게 될까. 기내의 표시등에 불이 반짝 들어왔다. 안전벨트 단단히 매고 음악에 귀를 기울일 때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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