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주에 집중폭탄…“암호화폐로 갈아타?”

입력 2021-05-10 18: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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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암호화폐로 갈아 타?” 지난 3일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에서 부분재개한 공매도가 동학개미들에게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사진은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뉴시스

공매도 부분재개에 동학개미들 불만 속출
셀트리온 씨젠, 공매도 대금 1위
개인투자자들, 코인 시장으로 이탈
암호화폐 거래소 대금 약 45조 기록
공매도 뛰어든 개미들 “여전히 불리”
지난해 연말 동학개미운동에 힘입어 주식투자를 시작한 A씨(31)는 3일 부분재개된 공매도 이후 일주일(4영업일) 동안 자신이 보유한 씨젠 주식이 9만3600원(4월 30일 종가 기준)에서 8만2100원(7일 종가 기준)으로 12% 이상 급락하자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다. A씨는 “공매도에 대한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정작 보유 종목이 타깃이 되니 당황스럽다”며 “지금이라도 손절하고 당분간 시장을 지켜봐야 할지, 아니면 암호화폐 시장으로 이동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바이오주 하락으로 동학개미들 ‘멘붕’

3일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에서 부분재개한 공매도가 동학개미들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재개 후 일주일(4영업일) 동안 공매도 대금은 3조3656억 원, 일평균 8413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바이오주에서 두드러져 코스피 시장에서는 셀트리온이, 코스닥 시장에서는 씨젠이 각각 공매도 거래대금 2000억 원과 727억 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앞서 소개한 A씨의 경우 씨젠에 투자했다가 급락을 겪은 경우다. 이처럼 공매도 금지와 증시 활황기에 주식투자에 뛰어든 2030 동학개미들이 공매도로 인한 주가 부진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단기 수익 창출을 위해 변동성이 높은 바이오주에 투자했다가 공매도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공매도가 주가가 내려야 차익을 얻는 투자 방식인 만큼, 급반등한 국내 증시가 조정을 겪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예 암호화폐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 그간 주식투자로 재테크를 해온 직장인 B씨(29)는 공매도 부분재개 이후 증권 계좌에서 1000만 원 가량을 인출해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 종목을 매수했다. B씨는 “주변에서 암호화폐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고, 공매도 영향으로 혹시 증시에 타격이 있을까봐 일부 투자금으로 전망 좋기로 소문난 알트코인을 샀다”고 했다.

공매도 부분재개 이후인 7일 오전 기준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하루 거래대금은 44조9716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날인 6일 코스피 거래대금인 16조6264억 원, 코스닥 거래대금인 7조4105억 원을 훨씬 뛰어 넘는 수치다. 최근 이더리움 등 알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것도 공매도로 인한 동학개미들의 주식시장 이탈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주식시장과 암호화폐 시장의 상관성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개인 대주제도 개미들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

개인 대주제도를 통해 공매도에 직접 뛰어든 개미들 상황도 좋지 않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재개에 앞서 개인들도 공매도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개인 대주제도를 마련했다. 하지만 공매도가 외국인, 기관에 압도적으로 유리하고 개미에게는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불만이 여전하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공매도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빌려온 주식의 상환기간이 60일 밖에 되지 않는 게 가장 큰 불만이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 기한은 상호간의 합의에 따라 기간을 설정할 수 있다. 연장도 가능해 사실상 무기한으로 볼 수 있다.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의무상환기간이 필요하다는 금융위원회의 입장과 60일이라는 기간이 공매도 투자 시 자유도를 떨어트리는 부분이라는 개미들의 주장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측은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는 사실상 무기한으로 연장이 가능해 주식이 하락할 때까지 기다리면 결코 손실을 보지 않는다”며 “개인투자자는 정보 접근성과 자금력이 약해 공매도 투자로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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