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본보보도뒤鄭사장발언만삭제

입력 2008-02-25 0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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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KBS 사장이 퇴진 요구와 관련해 “나를 건드리면 KBS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말한 사실을 본보가 21일 보도한 이후 다른 매체의 관련 기사들이 잇따르자 KBS 경영진과 노조, 직능단체 등이 반박하고 나섰다. 이들은 ‘사실 확인 없이 왜곡 보도했다’ ‘KBS를 비리 집단으로 매도했다’고 주장했다. KBS는 22일 메인뉴스인 ‘뉴스 9’에서 KBS PD협회 등 6개 직능단체가 이런 주장을 담아 발표한 성명서 ‘동아일보를 필두로 한 공영방송 파괴 세력을 규탄한다’를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본보가 입수한 KBS 기자협회 운영위원회 명의의 ‘사장퇴진운동’ 문건에 적시된 정 사장의 발언과 다른 것이다. 이 문건은 15일 사내 기자 전용 게시판에 올라왔으며, 본보의 보도는 이 문건에 기록된 정 사장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본보 보도 이후 파문이 확산되자 해당 문건은 정 사장의 발언이 삭제된 채 게재됐다. ▽복수의 내부 관계자로부터 문건 입수=정 사장의 ‘비리 폭로 발언’은 1월 말 KBS 내부에서 확산되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정 사장과 박승규 노조위원장이 1월 22일 만난 자리에서 해당 발언이 나왔으며 그 다음 날인 23일 박 위원장이 노조 집행부 회의에서 이 발언을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보는 이달 20일 정 사장의 발언이 적시된 기자 전용 게시판의 문건을 KBS 관계자로부터 입수했다. 이 문건은 KBS 기자협회 운영위원회가 15일 노조로부터 사장퇴진운동 관련 비대위 개최건과 정 사장의 발언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며 이를 정리해 올린 글이었다. 본보는 KBS 내부 관계자 2명으로부터 각각 동일한 내용의 문건을 확보했다. 이 문건의 맨 위에는 이미 수백 명이 조회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세 자리 숫자가 기록돼 있고, 박 위원장이 정 사장에게 발언을 들은 직후 ‘공개 여부’를 정 사장에게 묻는 정황도 함께 적혀 있다. 문건을 올린 주체도 “기자협회 운영위원회는 (차기 사장과 관련해) 노조의 논의과정을 좀 더 지켜보겠다”라는 문장으로 기자협회 운영위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본보는 해당 기사를 보도하기 전 KBS 사장비서실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홍보팀에 창구를 일원화했으니 그곳에 물어보라”는 답변을 들었으며, 홍보팀도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보도 이후에도 다시 요청했으나 같은 답변을 들었다. ▽경영진이 몰랐나?=KBS 경영진은 정 사장 발언을 기록한 문건이 15일 게시판에 게재된 뒤 21일 본보가 보도하기 전까지 문건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본보 보도 이후 경영진 일동 명의로 ‘KBS 비리 폭로 기사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발표한 것과 대조적이다. KBS 경영진은 ‘회사의 입장’에서 KBS에는 비리가 없고 사장이 비리를 언급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KBS 경영진은 2명의 부사장, 제작본부장, 보도본부장, 기술본부장 등이다. KBS 금동수 노사협력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회사의 입장’은) 경영진이 회의를 해서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도 이전에) 이 문건에 대해 반응이 없었던 것은 기자들만 볼 수 있는 게시판이어서 일반 직원들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월 말부터 KBS 내부에서 정 사장의 발언이 확산돼 일부에서 논란이 일었고, 기자 게시판의 문건을 이미 수백 명이 봤는데도 경영진이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KBS를 비리집단으로 매도했다?=KBS 측은 본보 기사가 “KBS가 큰 비리집단인 것처럼 호도”하거나 “KBS를 온갖 비리의 온상으로 격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본보 기사는 문건에 있는 대로 정 사장이 “계속 퇴진 압력을 넣을 경우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발언한 대목을 옮겼다. 문건에는 정 사장이 한 지방송신소의 고액 연봉자들을 그 사례의 하나로 지목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KBS를 비리 집단인 것처럼 호도한 것은 본보 기사가 아니라 정 사장의 발언이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본보가 입수한 문건에 있는 정연주 사장 발언 일부▼ (KBS 기자협회 운영위원회는) 정 사장의 발언과 관련한 설명도 들었습니다. 1월 22일 박승규 위원장과 독대해 술을 마시면서 정 사장이 “나를 건드리면 명예를 지키기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이다. 10대 노조 때 철탑에 올라간 사람 등을 제대로 징계하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앞으로 11대가 그런 식으로 할 경우 법대로 대응할 것이다. 또한 계속 퇴진 압력을 넣을 경우 비리를 폭로할 것이다.” (중략) 물론 박 위원장이 이와 같은 말을 듣고 “이 발언을 공개해도 되느냐”고 물었으며 정 사장은 공개해도 된다고 했으며 박 위원장이 상집회의를 통해 공개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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