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충무로흥행의법칙‘다들망한다고한게성공했다’

입력 2008-03-04 08: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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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망한다고 했던 영화가 성공한다?’ 영화사 비단길의 김수진 대표는 ‘추격자’를 준비하면서 모든 투자사로부터 거절당했다. 연쇄살인이라는 소재에 주인공은 전직 형사이자 출장안마소 사장, 90% 이상의 밤 장면에 그중 반 이상은 비 오는 장면, 무명의 신인 감독에 연기력은 인정받았지만 ‘톱스타’라고 보기엔 어려운 배우들까지. 도무지 투자사의 구미에 맞는 조건이 없었다. 재작년부터 한국 영화의 수익률이 낮아져 투자가 위축된 탓도 있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너무 어둡고 재미없다. 아무도 이런 영화에 투자를 안 할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 오히려 자극제가 됐다.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이 이야기를 준비해 온 나홍진 감독은 김 대표와 토론을 벌이면서 시나리오를 1년 동안 30번 이상 고쳤다. 거의 매일 만나 대사 한마디를 갖고도 오랜 시간 회의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신생 투자사인 ‘밴티지 홀딩스’가 나서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촬영 도중 제작비가 초과되면서 회사 이름으로 돈도 빌렸다. 김 대표는 “‘추격자’의 성공이 투자사나 제작사들이 영화를 보는 눈을 새롭게 바꾸고 긴장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41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올해 한국 영화 첫 흥행작이 된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도 마찬가지. ‘여배우들만 나오는 영화는 안 된다’ ‘스포츠 영화는 안 된다’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제작을 마치고 시사회를 가진 뒤에야 최종 투자가 완료될 정도였다. 지난해 허영만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식객’도 투자를 받지 못해 촬영이 연기되면서 ‘중단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영화도 고생 끝에 비수기인 지난해 11월 개봉해 31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흥행작 ‘가문의 영광’을 만들었던 정용기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도 제작 때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시사회가 끝난 뒤 ‘코미디로 민족의 강박을 넘어섰다’ 등 호평을 받았다. 이 영화는 160만 명으로 설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최근 스타 감독과 스타 배우의 조합이 이뤄낸 결과물은 초라했다. 작년 말 개봉한 한지승 감독, 설경구 김태희 주연의 ‘싸움’은 40만 명, 1월 말 개봉한 정윤철 감독 전지현 황정민 주연의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56만 명에 그쳤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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