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의fan心]백민정,피튀기는그녀눈부시게아름답다

입력 2008-04-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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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닦는데 틈새로 붉은 얼룩이 보였다. 면봉에 이쑤시개까지 동원해서 닦아보려고 했지만 닦이질 않았다. ‘도대체 이 정체가 뭐지? 내가 어디서 안경에 포도주스를 쏟았나?’ 등등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 때 머리 속을 스치는 것은 ‘아! 이블데드!’였다. 며칠 전 우비를 뒤집어쓰고 스플레터 존에서 눈만 살짝 내놓고 공연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이며 손에 잔뜩 피가 튀겨서, 심지어 눈에 피가 들어가기까지 했던… 그 피가 난무했던 그 공연. 내 시야를 붉게 물들이던 그 피가 흔적까지 남겨두었던 거다. 안경 속에. 참 이상하게도 매사에 겁도 많고 눈물도 많아 놀이기구도 잘 못타는 나인데 호러에 슬래셔 무비도 비명 한 번 없이 잘 보는 지라 이 뮤지컬, 왠지 내 취향일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 뮤지컬에는 내 완소 배우님이 한 분 출연을 하시니까 얼른 티켓을 손에 쥘 수밖에 없었다. 이쯤 되면 ‘어∼ 이 사람 또 꽃미남 한 명 이야기하겠구나!’ 하겠지만 오늘은 예상이 빗나가셨다는 사실. 내 완소 배우님은 ‘백민정’이라고 하는 아리따운 미모의 여배우니까. 처음, 백민정이라는 배우를 만난 건, 아니 그 전에 봤을지도 모르지만 내 뇌리에 남게 된 건 ‘헤드윅’이었다. 헤드윅의 남편, 이츠학이라는 역할로. 헤드윅의 아우라에 가려서 처음에는 볼 수 없었지만 어느 샌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던 거다. 그래서 또 마구 들이대며 어택을 시작했다. 소심한 사람들이 용기를 내면 더 무서운 법. 그리고 워낙에 이 배우님이 다정하신지라 어택의 응답은 금방 들려왔다. 백민정이라는 배우가 왜 좋을까? 워낙에 꽃사람(남녀를 통칭하니 이렇게 되어버리는)을 좋아하니까 우선 외모에 대한 대답은 어느 정도 되었으리라 믿는다. 맑은 목소리와 섬세한 마음결, 밝은 미소, 그리고 코뼈가 부러져도 지지대를 올리고 무대에 오르는 프로정신?(뮤지컬 ‘싱글즈’에서 사고가 나 코 수술을 했는데 그 상태로 무대에 섰다는 사실!) 이정도면 대답이 될지 모르겠다. 사실 뮤지컬을 막 보기 시작했던 2003년 무렵에는 남자배우들이 훨씬 눈에 많이 보였다. 뭐,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내 운명의 배우(?)도 남자였으니. 하지만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공연을 보다보니 어느 샌가 눈이 좌우로 돌아갔던 것이라면 웃긴 대답일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나는 여배우들에게도 관심이 가기 시작한 거다. 뮤지컬 관객들의 대부분이 여성이라 당연하게도 남자 배우들이 인기가 더 많지만, 그래도 우리 뮤지컬이 2008년 최고 유망 문화산업으로 든든하게 자라나는 건 그들의 파트너인 이 분들의 환한 미소 때문 아니겠는가. 정 영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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