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을 믿겠다.”
배우 김옥빈(사진)이 자신이 출연하는 신작 영화에서 노출 연기와 관련된 모든 것을 연출을 맡은 박찬욱 감독에게 일임했다. 김옥빈이 베테랑 송강호와 호흡을 맞출 박찬욱 감독의 새영화 ‘박쥐’(제작 모호필름)는 파격적인 영상으로 치정과 불륜을 그릴 작품으로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통상 여배우의 노출이 필요한 영화는 촬영 전 노출 수위와 분량에 대한 자세한 내용의 사전 계약을 맺거나 협의를 가진다. 촬영과정 혹은 개봉 전 제작사와 배우, 매니지먼트사의 분쟁을 미리 방지하고 원활한 촬영을 위해 이 같은 계약을 갖는다.
하지만 김옥빈은 상세한 상황을 명시한 계약서 대신 박찬욱 감독의 결정을 믿고 따르기로 했다. 분량과 수위는 물론, 조명 밝기 까지 협의하는 일반적인 사례와 비교하면 파격적이다.
여배우는 CF, 차기작, 이미지 등 많은 이해관계 때문에 노출을 꺼리거나 까다로운 조건과 협의를 요구한다.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박찬욱 감독이지만 김옥빈 정도 지명도를 갖춘 주연급 배우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비슷한 사례로는 아무런 사전 협의가 없었지만 감독의 제의로 과감히 노출을 결정한 ‘타짜’ 김혜수 정도다.
‘박쥐’는 박찬욱 감독, 송강호 주연 영화지만 워낙 내용이 파격적이어서 여주인공 캐스팅에 애를 먹기도 했다. 영화는 순수한 남편(신하균)이 있지만 뱀파이어가 된 상현(송강호)과 사랑에 빠지는 태주(김옥빈)를 그릴 예정이다.
이경호 기자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