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PD쓴소리…“일주일에드라마2편을만들다니…”
“일주일에 70분짜리 드라마 2편을 만드는 것은 외국에선 미친 짓.”
MBC 인기 사극 ‘이산’의 연출자 이병훈(사진)PD가 열악한 국내 드라마 제작 현실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회당 70분 분량의 드라마를 일주일 2회 방영하는 현재의 편성에 대해 “해도 해도 부담스럽다”며 “외국에서는 미친 짓이라 말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PD는 16일 오후 3시 경기도 용인시 MBC 문화동산 내 ‘이산’ 오픈 세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외국의 다른 드라마와 비교한다면 ‘이산’은 벌써 ‘시즌 3∼4’ 쯤에 해당한다”며 “같은 주제로 한 편을 먼저 만든 뒤 6개월쯤 쉬고 다시 만들고 싶어도 시청자들은 틈을 주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현재 62회까지 방송한 ‘이산’은 매 주 2회씩 총 140분간 시청자를 찾는다. 일요일 오후 대본이 나오면 일주일 내내 밤낮없이 촬영해야만 방송 일정을 겨우 맞출 수 있다. ‘이산’ 뿐만이 아니라 드라마 현장에 ‘쪽 대본’이 등장한 것은 오래 전. 요즘에는 아예 ‘드라마 생방송’이란 말까지 나돈다. 촬영이 끝나기 무섭게 방송으로 틀기 때문이다.
이 PD는 “드라마를 향한 한국인의 열정은 지나치다”라며 “시청률 경쟁이 벌어지면서 일부 드라마가 회당 60분에서 70분으로 늘어났는데, 시청자들은 이제 모든 드라마를 70분간 보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이 PD는 97년 미국에서 가장 히트한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를 예로 들었다. “‘그레이 아나토미’는 2,000만 명이 봤다는데 미국의 전체 인구 3억 명을 감안하면 채 10도 안 본 드라마”라며 “국내 드라마 중 시청률 30∼40에 이르는 작품이 있지만 치열한 경쟁은 줄지 않는다”고 답답해 했다.
그는 여유가 없는 촬영으로 인해 새벽 2시에도 낮 장면을 찍었다며 “올해 초 미국에서 벌어진 작가들의 파업이 만약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고 가정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면 국내 시청자의 드라마에 대한 열정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경기)=이해리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