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씨의황금시대‘철없는엄마매력은철철’

입력 2008-04-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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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입소문 타고문전성시,양희경등주연5명맛깔연기
난리 났다. 호떡집에 불난 듯 황금마차 밤무대 문턱이 요란하다.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연극 ‘민자씨의 황금시대’는 입소문을 타고 문전성시를 이룬 작품이다. 마지막 공연도 4월 27일에서 5월 31일까지로 연장에 들어간다. 이곳저곳 극장으로 문의전화를 거는데 뭔가 조금씩은 제목이 틀렸다. “양희경씨 나오는 뮤지컬 있잖습니까?” 아니다. 연극이다. 양희경이 ‘무인도’ 노래를 맛깔스럽게 뽑아낼 뿐이다. “금자씨의 황금시대 봤니?” 이 역시 아니다. 양희경은 ‘친절한 금자씨’ 이영애가 아니라 황금마차 캬바레 가수 민자씨다. ‘전성시대’는 그래도 헷갈릴만하다. 정확한 제목은 바로 ‘민자씨의 황금시대’다. 이 연극은 딸 같은 엄마와 엄마 같은 딸이 등장하는 모녀 얘기다. 집나간 엄마가 혼자 사는 딸에게 10년 만에 찾아와 어리광을 피우고 의지한다. 외로움 탓에 너무 어른이 돼버린 딸은 그런 엄마에게 냉소적이지만 그래도 미워할 수 없다. 앙칼지게 싸우고 할퀴다가 다시 사랑하고 위하는 모녀의 ‘관계’에 대해 그렸다. 엄마는 밤무대 가수, 딸은 내레이터 모델이다. 둘 다 ‘피’는 속일 수 없다고 여배우를 꿈꾼다. 딸이 줄리엣 연기를 연습하면 엄마는 은근히 다가가 로미오 대사를 왼다. 딸은 돌아온 엄마가 못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엄마는 한결같다. 게다가 첫사랑 얘기며 전남편 얘기며 딸 앞에서 못 하는 얘기도 없다. "내 몸은 아직 잎도 돋지 않았는데 푸른 꽃이 먼저 피네” 엄마는 딸에게 온 연애편지를 소리 내 읽으며 “이 꽃은 목련”이라며 감격에 복받친다. 첫사랑이 자신에게 보낸 사랑 편지로 오해한 채 편지를 품에 간직한다. ‘민자씨의 황금시대’는 등장인물 5명이 모두 주연이다. 민자씨(양희경)와 같은 밤무대에서 활동하는 당찬 사라(윤인조)와 능청스러운 남실장(최명경), 민자씨 딸 미아(심이영), 미아를 사랑하는 강철수(김영준) 등 각각이 매력적이다. 민자씨를 등쳐먹는 첫사랑은 끝끝내 무대 위로 얼굴을 들이밀지 않는다. 민자씨와 미아가 갈등을 빚게 되고 화해도 하게끔 결정적 원인만 제공한다. 여자의 인생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시간을 ‘화양연화’라고 한다. 40대 아줌마 민자씨는 무대 위에서 화양연화를 맞았다. 사랑도 얻고 생명도 얻는다. 사자머리 웨이브에다가 스팽글이 가득한 빨간 드레스를 입고 ‘파도여’하고 힘차게 노래를 불러재낀다. 불쑥 마이크를 객석에 넘겨 함께 부르고 서로 흐뭇해한다. 관객과 무대가 하나가 된다. 아줌마의 힘이 무대안팎으로 가득해진다. 따뜻한 봄날, 유쾌한 민자씨를 만나 자신의 화양연화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공연일시: 2008년 3월 6일(목)∼5월 31일(토) 장소: 대학로 예술마당 2관 관람료 : 3만5000원 문의 : 02-762-9190 변인숙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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