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재결합NO!친구로팬으로‘서태지’듣고파”

입력 2008-04-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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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성공에는 과정이 있고, 이유가 있다. 지금 양현석이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계의 파워맨으로 우뚝 서기까지 그 역시 힘든 과정과 고비, 실패를 겪었다. ○ 춤에 대한 두 번의 설렘 양현석은 춤에서 두 번의 ‘두근거림’을 느꼈다고 했다. 바로 그 두근거림들이 오늘의 그를 있게 했다. 첫 두근거림을 느껴 댄서가 됐고, 두 번째에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가 됐다. 첫 번째 설렘은 중학교 2학년 소풍에서 찾아왔다. 같은 반 친구가 장기자랑에서 로봇춤을 추는 것을 보고 전율을 느꼈다. 그리 친하지도 않던 친구에게 접근해 햄버거와 떡볶이를 사주면서 춤을 배웠다. 춤에 미쳐 있던 그에게 학교와 학업은 늘 뒷전이었다. 하지만 연정을 품었던 고3 담임 여교사의 말 한 마디에 5년간 매달렸던 춤을 관둔 일도 있었다. 광명공고 재학 시절 53등이던 양현석에게 담임은 ‘춤을 포기하고 자격증을 따라’고 했다. 그는 순수한 ‘사랑’으로 10등까지 성적을 올렸다. 건축 설계 기능사 2급 자격증도 따냈다. 춤을 포기한 그는 고교 졸업 후 서울 종로의 한 지도제작회사에 취직해 13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다른 인생을 살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TV에서 함께 춤추던 친구들이 댄서로 나오는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 곧장 회사를 그만두고 그 친구들을 찾아갔다. 이태원에 있는 유명 브레이크 댄스팀 ‘스파크’ 연습실에서 연습하던 도중 1988년 박남정을 만나 ‘박남정과 친구들’을 결성해 방송가에 첫 발을 들이게 됐다. 그 시절 최고 춤꾼은 가수 현진영과 그의 댄서였던 강원래, 구준엽 그리고 양현석과 김영완 다섯 명이었다. 양현석은 당시로선 댄서의 최고 수준인 150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친구인 현진영이 가수로 데뷔해 ‘슬픈 마네킹’으로 인기를 얻는 것을 보면서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서태지를 만났다. 당시 솔로앨범을 준비하던 서태지는 양현석에게 춤 레슨을 의뢰했고 둘의 인연이 시작됐다. ○ 내 안에 숨겨진 재능을 알았다 “인생은 누굴 만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마치 사다리타기처럼….” 양현석은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당초 솔로로 데뷔하려던 서태지에게 팀을 만들도록 유도했다. 서태지가 들려준 ‘난 알아요’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의 의도대로 3인조로 결성됐다. 양현석은 히트곡 ‘난 알아요’를 만드는 데 나름 기여도 했다. 서태지가 처음 만든 ‘난 알아요’는 박자가 너무 느렸다. 마음이 서로 잘 통했던 서태지는 이튿날 곧바로 음악을 수정했다. 양현석은 새 멜로디에 가사를 즉석에서 붙였다. 양현석은 여기에다 ‘난 알아요’의 포인트인 ‘요요요’ 리믹스도 만들었다. 1집 수록곡 ‘이 밤이 깊어가지만’은 그가 노랫말을 쓴 첫 작품이다. 양현석은 “작사는 전혀 해보지도 않았는데 그때 내가 어떻게 했을까 신기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나도 모르고 지내던 약간의 재능이 있었던 같다”고 말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해체 이유를 묻자 양현석은 음악의 지향점이 다른 것을 들었다. “우리는 새로운 것에 도전했고 그로 인해 많은 것을 얻었다. 하지만 마음 속에는 항상 자신이 시작한 본질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었다. 서태지의 본질은 록이고, 나는 춤과 흑인음악을 너무 좋아했다. 그것으로 인해 서태지가 받는 부담이 컸다고 생각한다.” 4집 작업을 하며 팀 해체 이야기가 나왔을 때 양현석이 ‘흔쾌히’ 동의한 데는 미래에 대한 나름대로의 자신감과 기대감도 작용했다. 그는 “나 역시 인생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이 끝이 아니었기에, 독립해서 내가 가진 재주를 살려보고 싶었다”고 했다. 양현석은 당시 얼마를 벌었느냐는 질문에 “20억 정도는 벌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 첫 실패 그리고 지누션·원타임으로 재기 양현석은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 후 곧바로 제작자로 변신, 힙합 3인조 킵식스를 데뷔시켰다. 하지만 이주노가 영턱스를 데뷔시켜 대박을 낸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약 3억 원 정도의 손실을 입었다. 현실을 냉정히 보게 됐지만 그는 여전히 잘될 수 있다는 자신감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누션 제작할 때 가진 것을 모두 투자했다. 음반을 만드는 데 5억 원 정도 들었다. 그 음반에서 ‘말해줘’가 터졌다. 연이어 데뷔시킨 그룹 원타임도 대박이 났다. 두 팀은 당시 힙합앨범 사상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양현석은 지누션-원타임으로 제 1의 전성기를 맞았고, 거미 빅마마 휘성이 소속된 엠보트와 손을 잡으면서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휘성과 빅마마가 잇달아 회사를 떠나고 어려움을 겪었지만 빅뱅을 성공시키면서 보란 듯이 다시 일어났다. ○ 재결합은 NO! 친구로 팬으로 ‘서태지’를 듣고싶다 양현석이 지금도 가장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재결합’여부다. 양현석은 이에 대해 “나는 다시 안 뭉치고 싶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물론 함께 모이는 것을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양현석은 “20주년일 때 그저 한 번 같은 자리에 모였으면 하는 생각은 한다. 우리가 밴드였다면 모이기가 더 수월했을지 모른다”고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최근 대중음악계에서는 서태지의 컴백을 두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음악 시장이 전반적으로 불황이다 보니 서태지의 새 음반 판매량을 놓고 추측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양현석은 서태지 8집의 예상 판매량을 묻자 “그걸 따지기 보다 우리나라 뮤지션의 대명사가 됐으니 그 친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을 우리가 반겨야 한다”고 말했다. 양현석은 이어 “어찌보면 대중적으로는 실패할 수 있는 음악이다. 왜냐하면 대중성을 고려해서 만든 게 아니기 때문이다”며 “자기가 음악적으로 만족하고 그의 팬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양현석은 이어 “서태지는 앞으로도 대중성을 좇지 않아야 한다. 서태지는 이제 성공과 실패를 초월한 가수다. 빅뱅이야 음악순위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대중적으로 성공했냐, 실패했냐를 따지겠지만, 서태지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양현석은 마지막으로 “친구로, 또 팬으로서 그의 노래를 듣고 싶다”고 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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