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빅뱅키워한해120억빅뱅”

입력 2008-04-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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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인터뷰 해야 하나요?”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이번 인터뷰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평소 취재원으로 만나 자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지만, 그는 늘 정식으로 인터뷰를 요청할 때마다 “멋쩍다”며 손사래를 치곤 했다. 여러 차례 걸친 ‘회유’를 통해 마침내 “일단 사무실로 오라”는 대답을 끌어냈다. 양현석은 내년이면 불혹의 나이인 40대에 접어든다. 그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로 사람들 앞에 나타나 큰 충격을 준 것도 이제 16년이 흘렀다. 처음에는 한 시대를 풍미한 ‘아이들(Iidol) 스타’로 짧고 굵은 활동을 했고, 지금은 지누션 원타임 휘성 빅마마 세븐 거미 렉시, 그리고 빅뱅 등을 히트시킨 명 프로듀서이자 엔터테인먼트 사업가로 우뚝 섰다. 하지만 그는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부터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유난히 즐겨하지 않았다. 여러 출판사에서 그의 음악 인생과 사업가로 성공한 과정을 책으로 내보지 않겠느냐 제안을 했지만 거절했고, 대학에서의 특강 제의나, 거액의 모델료를 제시한 CF도 고사했다. 양현석은 한강과 강변북로, 서강대교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서울 상수동 사무실에서 음악인생과 사업가로서의 파란만장한 행보, 그리고 절대 공개하지 않았던 ‘인간 양현석의 비밀’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 빅뱅, 2003년 YG 전성기와 맞먹는 매출 기록 인터뷰는 자연스레 현재 그가 대표로 있는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특급 아이들 스타, 빅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빅뱅은 양현석 대표가 심혈을 기울인 스타 프로젝트의 첫 작품이다. 빅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온·오프라인의 차트를 석권하며 지금까지 거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도쿄 콘서트를 통해 일본 시장에도 연착륙했다. 솔직히 궁금했다. ‘과연 그는 빅뱅을 통해 얼마나 벌었을까.’ 양현석은 질문을 받고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지난해 빅뱅, 한 팀이 올린 매출이 120억 원이다”라고. 이는 YG엔터테인먼트가 세븐 빅마마 휘성 거미 렉시 등 가장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던 2003년 음반 판매 수익과 맞먹는 매출이라고 한다. 빅뱅은 연간 20∼30만장 씩 팔려나가는 음반 외에 콘서트, CF로 거둬들인 수입도 크다. 특히 ‘거짓말’과 ‘마지막 인사’로 약 6개월간 음악차트 정상에 머물며 벌어들인 온라인 음원 수익이 가장 크다. “2003년 이후 일부 가수들이 회사를 떠나자, 주위에서 ‘이제 YG가 주저앉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과거 힘들 때 지누션을 만들어 다시 일어선 것처럼 빅뱅이 있어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들은 안 좋은 말도 좋은 의미로 해석하고, 좋게 생각했다.” 단순히 ‘긍정적인 생각이 성공을 만든다’는 것 외에 다른 비결이 있을 것 같았다. 계속 채근하자, 양현석은 “가수를 뽑을 때 얼굴을 보지 않는다. 다만 그 사람의 감각을 본다”고 답했다. 아울러 좋은 프로듀서를 키우는 일이 곧 성공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양현석은 “흔히 말하는 ‘스타 작곡가’ 한 명에게 매달리면 비록 노래 한두 곡이 성공하는 단발성 성공을 이룰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다”고 했다. 실제로 YG만큼 프로듀서가 많은 곳이 없다. 페리, 테디(원타임), 지드래곤(빅뱅) 에스쿠시(스토니스컹크) 등이 그들이다. 이처럼 막강한 프로듀서진을 구축한 양현석은 올해 라인업에도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올해 거미의 스타트가 좋고 또 빅뱅의 새 음반이 나오니까 기대가 크다”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위축되고 있다지만 우리는 수익이 나고 있다. 빠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까지는 상장을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에겐 또 다음달 초 미국에서 데뷔할 세븐이 있었다. 양현석의 얼굴엔 잔잔하지만, 자신감 넘친 미소가 흘렀다. 김원겸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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