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열성 팬을 가리키는 말 ‘훌리건’. 그러나 록 밴드 ‘훌리건(사진)’이 팀 명을 지은 과정은 축구나 열성 팬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저 컴퓨터 워드 프로그램에서 글자 간격을 75로 해서 돋움체를 썼을 때 어느 단어가 가장 눈에 잘 들어오나 찾다가 지은 이름이다. 그러나 이들은 ‘훌리건’에 담긴 뜻을 잘 이행하고 있다. 난동까지는 아니지만 멤버 다섯 명의 입담만으로 1시간에 접시 열 개는 족히 깨졌다.
거의 유일한 질문이었던 “대중적이지 않다”는 말에 발끈하며 “우리는 대중 지향적 밴드”라고 강조했다. “완전, 철저하게, 당연히 대중 지향적 밴드예요. 저희더러 밴드 음악을 변질시켰다는 비난도 많은데요. 대중적인 발전이에요. 퇴색이 아닌 진보죠(김유석).” “밴드와 대중 가수의 경계선이 필요 없다고 봐요. 듣기 좋으면 좋은 음악 아닌가요?(오혜석)” “언더냐, 오버냐가 아니라 프로냐 아마추어냐의 차이죠.(정민재)”훌리건은 지향점이 분명했다. 현재 영역이 좁은 마니아 팬층을 점차 넓혀 대중화하는 거다.
‘경제적인 밴드’ 훌리건은 투철한 절약 정신 덕분에 4집을 발표했다. 이번 앨범은 멤버들의 성향처럼 톡톡 쏘면서 말랑말랑한 사랑이야기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음악을 대하는 자세는 절대 물렁하지 않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음악을 하거든요. 그렇게 한계를 깨 왔는걸요.”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