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클래식한그곳…음악이흐르면시간이멈춘다

입력 2008-04-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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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기자가만난문화의뜰…경기도퇴촌‘더클래식’카페주인‘김근식’
“자동차 후진할 때도, 결혼식 때도, 광고 음악에도… 생활 속 피할 수 없는 클래식이 많다.” 경기도 퇴촌, 천주교 성지인 천진암을 향하는 가로수 길은 서울 근교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힌다. 천진암 들머리에는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서 익히 유명한 ‘더클래식’ 카페가 있다. 일반인들이 부담 없이 들러 음악도 듣고, 개인연주회도 열 수 있는 숲 속 음악 카페다. 이 곳의 주인장은 최근 ‘오페라가 왜’(프로젝트 409)라는 교양서를 발간한 김근식씨다. 산 속의 낮은 기온 탓에 분홍색 철쭉이 아직 꽃망울도 터트리지 못한 25일 오후 3시, 더 클래식을 찾았다. 카페 문 앞에서는 1891년 4월 27일 태어난 ‘프로코피에프’가 금주의 음악가로 그림이 붙어있고, ‘오늘의 추천 음악’은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소나타 제7번’이 소개돼있다. 본래 직업이 정치인 보좌관이었던 김씨는 2004년 가을에 이 카페를 개업하고, 홈스쿨링만으로 아들, 딸을 둘 다 음대에 진학시켰다. 김씨는 “연설문이나 대정부 질문, 국정 감사 등 질문서의 양만 따져도 백 권이 넘는 분량을 써왔는데, 좋아하는 분야로 책을 낸 것은 처음이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음악 사랑이 각별한 김씨는 이 곳에 들러 “행복했습니다”라고 말하고 떠나는 사람을 보는 게 어떤 다른 일보다 가슴 벅찬 일이다. “60·70년대 음악감상실 아련한 향수 “추억의 ‘샹송 프랑소와’ 중년에 인기 “홈스쿨링 딸·아들 음대에 입학했죠” - 숲 속에 클래식 카페를 열게 된 계기는… “작은 아이가 2003년 선화예술학교에 입학해 학교를 다니다가 왼쪽 대퇴부 고관절 골절이 됐다. 수술하고 회복하는 게 시간이 오래 걸려서 수업일수를 채우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년 유급이냐 자퇴냐 고민하다가 가족회의 끝에 홈스쿨링을 결정했다. 24시간 언제든 피아노를 칠 수 있고, 건강회복을 위해 적당히 운동도 할 수 있는 곳을 찾던 중에 이곳에 카페를 열었다.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이 와서 연주도 하고 음악 감상도 하는 공간을 만들자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피아노를 치고 검정고시와 대입을 준비했다.” - 아이들 교육은 어땠나… “학부모들끼리 자조적으로 ‘서서히 망하려면 예체능을 시켜라’라고 말할 때가 있다. 한국 음악교육의 현실이 그렇다. 두 아이를 예술 학교에 6년간 풀코스로 보냈으면 속칭 ‘거덜’ 났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을 집에서 교육시키는 게 고민이 많았는데 결과가 좋았다. 딸이 일찍 철들었다. 다친 동생을 위해 학교를 함께 그만두고 공부했다. 평소 낙천적인 로맨티스트라 교사자격증을 따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다. 아들은 특유의 감수성과 고집이 있어서 연주자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홀에 손님이 10명 이상 있으면 아무 때나 나와서 자율적으로 연주를 하게 했다.” - 이 곳을 주로 찾는 손님들은… “1960년대, 1970년대 서울 시내에 고전음악감상실이 많았다. 명동 ‘돌체’,‘필하모닉’, 무교동에 있던 ‘아폴로’. 종로 2가 YMCA 자리의 ‘르네상스’ 등 천 원만 내면 종이컵에 커피나 콜라 리필을 받으면서 음악을 들었다. 의자에 기대서 자기도 하고… 그 당시 클래식을 많이 들었던 분들이 이곳을 찾는다. 그 때는 귀로만 듣던 시대인데 여기 오면 영상으로 볼 수 있다. 1960년대 아주 유명한 ‘샹송 프랑소와’라는 피아니스트가 있었다. 참 잘 생겼고, 지금은 죽고 없지만 그 당시 앨범 재킷을 벽에 붙여놓고 듣던 소녀 팬들이 많았다. 그 당시 팬들이 이제 나이가 지긋해졌는데 카페에 오면 굉장히 좋아한다.” - 기억에 남는 손님은… “여기 있으면서 한 테이블에 한 두 손님이라도 그 분들의 나이나 직업이나 관심 영역에 따라 달리 음악을 추천한다. 얼마 전에는 여든여덟의 아버지를 모시고 온 아들이 있었다. 그 분이 왔을 때 ‘호로비츠’와 더불어 20세기 양대 거장인 ‘루빈스타인’이 여든여덟에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는 동영상을 틀어드렸다.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다. 아흔 다섯 살까지 살았고 아흔 두 살까지 건강하게 연주한 분을 보여드리면, 그 분은 자신감을 얻으신다. 음악이라는 게 삶의 동기를 주는 역할을 한다.” 더클래식 카페는 5월부터 7월까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와 오후 7시 저자의 해설을 곁들인 오페라 DVD 감상회를 연다. 5월은 베르디의 오페라 곡을 만날 수 있다. 7일은 ‘라 트라비아타’, 14일에는 ‘팔스타프’, 21일은 ‘운명의 힘’, 28일에는 ‘아이다’를 해설한다. 1회 참가비는 1만원이다. 문의 031-797-2009, http://cafe.daum.net/theClassic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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